수십년 된 주민체육시설이지만 불법 건물로 단속 당해
동네 배드민턴장에서 배드민턴을 즐기는 주민들
환경 오염 유발·산불 피해 우려 동호회원들은 거세게 반발 “사전 계도도 없이 무작정 단속”
“영리 목적 건물도 아닌데 야박” 배드민턴 동호회 회원들은 반발했다. 동네 뒷산 약수터 주변에 ‘생활체육’으로 자리잡으며 수십년 동안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시설을 갑자기 단속하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는 항변이다. 고영민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 회장은 “지원을 해서 양성화시켜야지 이렇게 무작정 단속부터 하면 누가 운동을 하겠나. 사전 계도 조치도 없었다”며 반발했다. 동호회 회장이 입건된 성북구 ㅊ배드민턴클럽의 한 50대 회원은 “영리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도 아니고 국민들이 운동하는 장소인데 너무 야박하게 군다”고 했다. 구청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화재 위험이 있어 단속할 필요가 크지만, 지역 주민들끼리 탄탄한 정으로 뭉친 동호회의 반발이 워낙 거세 철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중랑구·서대문구·은평구 등은 야산 이외 지역에 실내 배드민턴장을 지어놓고 불법 배드민턴장을 폐쇄하기도 했지만, 동호인들 수에 견줘 보면 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편이다. 서울시배드민턴연합회는 서울지역 동호회만 600~700개, 동호인은 70만명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강동구청 공원녹지과는 “강동구 일자산 입구에 새로 체육관을 지어 일부 불법 배드민턴장을 정비했지만 동호인들이 워낙 많다 보니 아직 정비가 안 된 곳이 많다”고 했다. 배드민턴장은 사유지에서도 갈등을 빚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해 12월 학교 소유인 캠퍼스 뒤편 개운산 터에 1000여명 규모의 기숙사 건립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지역 주민들이 배드민턴장이 사라질 수 있다며 이를 반대하고 있다. 김기연 개운산배드민턴협의회장은 “20여년 전 고려대병원을 짓는 과정에서 병원 터에 있던 배드민턴장을 고대 쪽과 협의해 개운산으로 옮겼다. 어렵게 일군 배드민턴장을 또 빼앗기게 생겼다”고 했다. 그러나 고려대 쪽은 “학생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대학 소유 땅에 기숙사를 지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박기용 이재욱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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