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탓 이의신청 빈번해 갈등
학생 “교수가 폭언” 인권위 진정도
교수들 “상대평가 해야 해 한계”
학생 “교수가 폭언” 인권위 진정도
교수들 “상대평가 해야 해 한계”
“제 학점이 왜 이래요?”
서울의 한 대학 강사 ㄱ(44)씨는 매 학기 말 성적 입력을 완료하자마자 걸려오는 학생들의 이의신청 전화에 골머리를 앓는다. ㄱ씨는 “대개 교수나 강사들이 밤 12시까지 성적 입력을 마치면 그 직후에 학생들이 성적을 볼 수 있다. 일부 학생들은 그 늦은 밤에 학점을 확인하자마자 전화나 문자를 한다. 매너 없는 학생들이 종종 있어 욱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라고 했다.
취업 경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낮은 학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학생들과 교수들 사이의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학점 문제가 인권침해 문제로까지 비화해 국가인권위원회까지 나섰다.
인권위는 17일 성적 이의신청을 하는 학생에게 수차례 폭언을 한 강원도 한 대학의 ㅈ교수에게 경고 조처를 하라고 이 대학 총장에게 권고했다. ㅈ교수는 ‘리포트 점수는 내가 높은데도 친구와 같은 학점을 받았다’고 따지는 학생 ㅎ씨에게 “내가 수업시간에 그렇게 가르쳤느냐. 친구를 팔아서 학점을 받으려 하느냐”고 야단치면서 욕설까지 한 것으로 조사됐다. ㅈ교수는 이후 ㅎ씨 학점을 B+에서 D+로 강등하기도 했다. ㅎ씨는 교수의 이런 태도가 자신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는 “수차례 욕설을 한 것은 통상적으로 사제지간에 용인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인격권 침해”라며 “이의신청은 학생의 불이익을 줄이기 위한 제도인데, 이를 통해 학점을 하향한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고 밝혔다.
일부 교수들은 평가권을 침해할 정도로 학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말한다. 정년을 앞둔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예전처럼 절대평가가 아니고 상대평가를 해야 하니까 교수들도 한계가 있다. 하도 민감하니까 요즘엔 첫 수업 때부터 평가 기준을 공지한다”고 했다.
전진희 서울지역대학생연합 집행위원장은 “교수님들은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하지만 학생들은 한 학기, 한 과목 학점이 안 좋으면 취업 문에서 한발짝 멀어진다고 생각한다. 지금 학생들에게 학점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법학)는 “이의신청 기간만 있을 뿐, 교수들이 수용하고 처리하는 절차가 확립돼 있지 않기 때문에 사제 간에 무익한 감정 소모가 많다. 성적 이의신청에서 학생의 권리와 교수의 책임이 어디까지인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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