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경쟁률 낮다고 일방적으로…
학생들에 의견수렴 제대로 안해
두산이 인수뒤 ‘경영효율화’ 속도
학생들에 의견수렴 제대로 안해
두산이 인수뒤 ‘경영효율화’ 속도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온 중앙대가 학생들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의약식품대학원을 없애기로 결정했다. 중앙대는 2009년과 지난해에도 학과 구조조정을 한 바 있다.
중앙대 교무위원회는 17일 “지난달 의약식품대학원을 없애기로 하고 이사회에 안건을 넘겼다. 이달 말 이사회에서 최종 승인이 나오면 대학원 폐원이 확정되고, 내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대는 대학원 재학생들이 졸업할 때까지 수업권은 보장된다고 설명했다.
1995년 개원한 의약식품대학원은 식품·약품·화장품의 생산·관리와 응용 등을 전공하는 특수대학원이다. 식품계열, 약품계열, 향장계열로 나뉘어 학생들을 모집해왔고 현재 137명이 다닌다.
중앙대는 대학원 폐원을 결정하면서도 학생들의 의견은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 대신 11개 특수대학원의 상반기 수익률과 경쟁률 등 10가지 지표를 조사한 뒤 의약식품대학원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고 했다. ‘경영 평가’에서 꼴찌를 한 것이 폐원 이유라는 것이다. 중앙대 쪽은 “10가지 지표를 일일이 공개하긴 어렵다. 더 이상의 특수대학원 구조조정은 없다”고 했다.
재학생과 교수들은 반발했다. 의약식품대학원 하승민 원우회장은 학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려 “시대를 역행하는 결정이 경제적 논리에 의해 이뤄져 허탈함을 느낀다. 정원 조정 등 개선 방안을 제출했는데도 폐원을 결정한 것에 대한 해명을 촉구한다”고 했다. 한상범 의약식품대학원장은 “이사회 전까지 일부 전공을 살리거나 정원·전공을 감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학원을 살리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했다.
2008년 5월 두산그룹에 인수된 뒤 중앙대는 늘 ‘대학의 기업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은 학교 이사장으로서 학과 통폐합 등을 적극 추진했다. 지난해에는 학생들의 전공선택 비율이 낮은 인문사회계열 4개 학과를 폐지했다. 일련의 구조조정을 거쳐 18개 단과대, 77개 학과가 10개 단과대, 47개 학과로 개편됐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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