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법외노조 효력정지’ 결정
19일 서울고법 재판부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을 정지시키면서 교원노조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은 6월에 나온 1심 판결에 대한 정면 반박에 가깝다. 정부가 전교조 꼬투리 잡기에 이용한 법조항을 헌법에 어긋나는 독소조항이라고 본 셈이기도 하다.
교원노조법 제2조는 ‘해고된 사람으로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사람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판정 때까지 교원으로 본다’고 돼 있다. 중앙노동위의 재심 판정으로도 구제되지 않은 이는 교원이 아니라고 본다는 뜻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전교조가 교원 자격이 없는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뒀다는 이유로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전교조는 조합원이 6만여명인데 고작 9명의 조합원 신분을 이유로 합법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은 탄압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반발해왔다.
항소심 재판부의 문제의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재판부는 위헌제청 결정문에서 교원노조법 제2조가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단결권을 침해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원들에게 노동3권 가운데 하나인 단결권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이고, 그 단결권에는 노조의 형태나 조합원의 범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될 수도 있으니까 교원노조는 더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두 기본권(단결권·교육권)이 상충하더라도 양립·조화를 모색해야 하며, 노조의 단체행동권도 아닌 단결권 행사에 의해 학생들의 학습권 등 공익이 침해될 여지가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다른 초기업 단위 노조에 실업자 가입이 허용되는 현실에 비춰 교원노조법이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밝혔다. “교원과 유사한 전문직 근로자나, 공공성이 중대한 철도사업·병원사업·수도사업 등 필수공익사업장의 근로자 등과 달리 해고자의 가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교원은 초기업별 단위 노조의 근로자에 가까워 실업자 등 예비 교원도 단결권의 주체인 교원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교원노조법이 교원들을 공무원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규제하는 것은 사립학교 교원이나 예비 교원들의 기본권까지 침해해 더욱 위헌 소지가 크다는 시각이다.
앞서 1심은 “교사는 일반 근로자와 달리 특히 윤리적·중립적·전문적이어야 하고, 교육권을 가진 학생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점에 비춰 더 특별한 규율을 할 수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1심은 “제한되는 교원의 단결권에 비해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와 교육제도 유지 등 공익이 더 크다”고도 했다.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고용노동부는 법원의 효력정지 결정에 즉각 항고하겠다지만, 헌재 결정과 항소심 판결 때까지 전교조의 합법노조 지위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헌재가 교원노조법 조항에 위헌 결정을 하면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시키는 판결이 나오게 된다.
이번 결정은 법원이 전교조에 대한 정부의 강공 드라이브에 잇따라 제동을 건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경찰은 이달 초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조퇴 투쟁’과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을 이끈 혐의로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등 3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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