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경기도 고양의 한 공장에서 인부가 수출화물을 싣기 전 컨테이너를 청소하고 있다. 그는 “화물차 기사들이 우리한테 청소를 부탁해서 서로 승강이를 벌이는 일도 많다”고 했다.
화물업체에 1개당 4만원 받지만
기사가 대가 없이 청소하는게 관행
대형선박 한번 운항땐 수억 벌어
기사가 대가 없이 청소하는게 관행
대형선박 한번 운항땐 수억 벌어
지난 15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의 한 가구 공장에서는 화물차 기사 ㄱ씨가 수입 가구를 싣고 온 40피트 대형 컨테이너에 올라 빗자루로 청소를 하고 있었다. 그는 “항구에 가서 컨테이너를 반납해야 하는데, 컨테이너가 깨끗하지 않으면 받아주지 않는다”고 했다. 이 가구업체 사장은 40피트 대형 컨테이너 1개당 4만원의 청소비를 지급했다. 하지만 ㄱ씨는 청소비를 받지 못했다. 사장이 지급한 4만원은 어디로 간 걸까.
21일 한 해운사가 수출입업체에 부과한 운임내역서를 보면 컨테이너 청소비 명목으로 4만원이 책정돼 있다. 컨테이너는 수출입화물의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해운사 소유로, 컨테이너 청소비도 해운사가 받는다. 40피트는 4만원, 절반 길이인 20피트 컨테이너는 2만5000원 정도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컨테이너 청소를 맡아 하는 건 해운사가 아니다. ㄱ씨는 “검사장까지 들어가는 데만 1~2시간이 걸린다. 세척 판정을 받게 되면 세척장으로 이동하고 다시 반납할 때까지 3~4시간은 기본이다. 다음 스케줄을 취소하고 허탕을 치는 경우도 있어서 세척 판정을 받지 않을 정도로 청소를 한다”고 했다. 이동선 인천화물연대 컨테이너지회장은 “예전에는 해운사가 청소비로 1~2만원을 기사들한테 주기도 했다. 이제는 기사들이 청소하는 게 관행이 됐다”고 했다.
어쨌든 누군가는 컨테이너 청소를 해야 한다. 화물을 컨테이너에 싣고 내리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인부 ㅅ씨는 “수출화물을 실을 때 보면, 그냥 빗자루질만 한 상태로 오는 경우가 많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물걸레로 청소한다”고 했다.
컨테이너에 지불된 청소비는 해운사의 공돈이나 마찬가지다. 20피트 컨테이너 1만3000여개가 들어가는 대형 선박(1만3000TEU급)의 경우, 한 차례 운항으로 3억여원 정도를 청소비로 챙기는 셈이다. 한 해운사 관계자는 “우리는 세척장과 검사장을 운영하는 것으로 청소 책임을 다하고 있다. 실제 컨테이너 청소와는 무관하게 청소비를 운송료에 포함시키는 것은 국제 해상운송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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