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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공무원연금 개편안 낸 ‘친기업’ 연금학회
정부 사적연금 확대안에 ‘밑그림’ 제공했나

등록 2014-09-21 20:38수정 2014-09-25 14:42

학회와 정부 대책 내용 거의 일치
대기업 금융·보험사가 주요 회원
‘이해충돌 사안에 관여’ 비판 확산
새누리당의 의뢰로 공무원연금 개편안을 낸 한국연금학회가 그동안 ‘공적연금 축소’와 ‘사적연금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부가 지난 8월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이 학회가 요구해온 ‘사적연금 확대’ 방안과 거의 일치해 이 학회가 밑그림을 제공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 정도다.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의 이익을 대변해온 학회가 공무원연금 개편과 관련해 여당의 두뇌집단 구실을 하는 건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한겨레> 19일치 8면 참조)

21일 연금학회가 지난 4년간 벌인 7차례의 정책토론회 자료를 보면, 이 단체는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에 들이는 정부 재정을 줄이는 대신, 사적연금 시장을 통해 개인 스스로 노후를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줄곧 주장해왔다.

2011년 10월27일 우재룡 당시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연금학회의 ‘고령화사회 진전에 따른 안정적 노후 대비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사적연금에 관한) 정책적 보완이 이뤄지면, 민간 부문도 발맞춰 준비하겠다”며 퇴직연금제도 단일화 및 퇴직연금에 대한 세제혜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은 퇴직연금 가입 의무화와 이에 따른 각종 세제혜택 등을 핵심으로 한다. 삼성생명은 퇴직연금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보험사로 연금학회에 기관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노후 대책이 아니라 ‘증시부양 대책’에 불과하다는 논란을 빚은 자산운용 규제 완화도 이 학회의 요구사항이었다. 2012년 7월2일 ‘준비된 100세를 위한 연금제도 활성화’ 세미나에서 나온 ‘100세 시대를 위한 연금시장 활성화 방안’ 보고서를 보면, 이 학회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확정기여형(DC)에서의 주식투자 불허, 퇴직연금사업자의 자사 상품 운용 등 제도적 문제점이 상존한다”며 “공적연금이 노인 빈곤을 해결하는 데는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사적연금의 역할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 대책에는 확정기여형의 주식 등 위험자산 보유 한도를 큰 폭으로 늘리는 내용이 담겨 있다. 현재 50%로 묶여 있는 퇴직연금사업자의 자사 상품 비중도 내년 7월까지 완전히 없애기로 했다. 이러면 퇴직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금융사는 고수익 상품에 투자할 수 있어 높은 수수료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위험은 가입자인 노동자가 떠맡아야 한다. 당시 연금학회의 ‘100세 시대를 위한 연금시장 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참여한 연구자 가운데 한 명은 현재 청와대 경제수석인 안종범 당시 성균관대 교수(경제학)다.

민주노총은 지난 19일 성명을 내어 “더 내고 덜 받는 식으로 공무원연금을 개악하면 사실상 공적연금으로서의 기능이 사라져 그 영향으로 사적연금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며 “공적연금이 축소되면 더 돈을 버는 민간 보험회사의 관계자들에게 공적연금의 설계를 맡기면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이 나올 리 만무하다”고 짚었다.

이권능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연구위원은 “연금학회가 주장해온 사적연금에 관한 자산운용 규제 완화, 퇴직연금으로의 일원화 등은 결국 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대기업 소속 금융·보험사 등의 이득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금융시장 활성화 대책’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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