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왼쪽 첫째), 진영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가운데),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가 21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교육부가 24일 발표 예정인 교육과정 개정 발표 주요사항의 쟁점과 대안을 이야기하고 있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좌담] 교육과정 개정,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부가 24일 창의·융합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2015 교육과정 개정) 최종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는 2018년부터 융합 과목인 고교 통합사회·과학을 도입해 공통과목으로 가르치겠다는 게 핵심이다.
교육단체들은 이념적 성향을 떠나 “이런 방식의 교육과정 개정은 안 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이과 통합’이라는 용어가 혼란을 초래하고, 교육과정 개정 시기·절차·내용 등에 두루 문제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이찬승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 대표, 진영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장,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가 21일 한겨레신문사에서 긴급 좌담회를 열어, 교육과정 개정의 문제점과 대안 등을 짚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고1때 일부 공통으로 배운다는 것
고2·3때 안배우면 수능 볼 수 있나
수능이 교육과정 지배하는데…”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장 “내용보다 절차·시기 문제 심각
한 교육과정 적용에 10년 걸려
전면 개정 잦아 현장 혼란 우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 “통합과목만 만든다고 통합되나
개정 필요하면 바꿀 수 있지만
지금은 충분한 검토 없어 안된다” 사회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학생과 학교, 입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진영효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를 정해 놓은 게 교육과정이다. 어떤 과목을 몇 시간, 어떤 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울지, 어떻게 평가할지 밝힌 설계도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보면, 중3까지는 2009와 2011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다가 고1이 되는 2018년부터 2015 교육과정으로 교육받는다. 알아야 할 지식의 내용과 방식이 갑자기 바뀌는 거다. 사회 교육부가 2009 전면 개정과 그에 따른 2011 교과 개정, 2013 부분 개정에 이어 왜 또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나. 김진우 2009 교육과정 개정 이후 문과는 과학탐구를, 이과는 사회탐구를 보지 않아도 되는 수능제도 탓에 ‘문·이과 칸막이’가 심해져 비판이 거셌다. 개선 아이디어의 하나로 ‘수능 문·이과 완전 융합’ 이 언급됐는데 의외로 여론이 좋자 개정에 힘이 실렸다. 진영효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공통교육과정을 다 없애고 선택교육과정으로 갔다. 아이들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게 교육과정을 선택해서, 학생 100명이면 100개의 교육과정이 나올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교생과 고교가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기준은 실제론 적성과 진로가 아니라 오로지 대학입시다. 결국은 자기가 볼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을 짠다. 수능에서 대학별 가중치를 적용하면 국·영·수 비중이 85%까지 이른다. 공통교육과정을 없앤 선택교육과정은 국·영·수 몰입교육으로 변질됐다. 수능에서 국·영·수를 기본으로 하고, 사탐·과탐을 중심으로 문과·이과가 나뉘었다.
사회 문·이과 통합형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찬승 ‘문·이과 통합’을 모든 고교생이 똑같은 교육과정을 배우고 문·이과 구분없이 대학에 지원한다는 뜻으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등 일부 과목을 공통으로 배우는 수준이다. 게다가 통합 교과를 가르치면 창의융합형 인재가 양성된다는 건 교육 선진국에서도 검증된 바 없다. 실험하듯 학교현장에 강제하면 안 된다.
사회 2015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 개정의 내용에 어떤 문제가 있는가.
이찬승 통합과학과 통합사회는 ‘자연환경과 인간’같은 대주제 중심으로 구성한다. 교과목별 주요 개념과 원리가 대주제로 한데 엮일 수 있는 건지, 성취 수준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개별 과목 교사가 연수 몇시간 받아서 융합과목을 가르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수능제도가 교육과정을 지배한다. 이번 개정에선 수능을 나중에 손보겠다고 하는데, 통합사회·통합과학을 수능과 연계한다며 대주제로 고1 때 1년 정도만 배우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고1 때만 배우고 고2~3 때 안 배운 걸로 수능을 볼 수 있겠나.
김진우 대학 전공별로 어떤 과목이 어느 정도 수준으로 필요한지를 제시하며, 고교 교육과정에 반영될 수 있는 틀까지 고민해야 한다. 수능도 제쳐놓고, 대학 전공 연계성에 대한 고민도 없이 통합과목만 만들어 놓으면 통합이 이뤄지는 것처럼 생각하는 게 문제다. 개별 과목을 심화하며 동아리든 프로젝트든 문·이과 학생들이 만나는 수업 혁신을 통해 통합을 이뤄야 한다.
진영효 문·이과 통합 취지에도 안 맞는 어이없는 일도 반드시 짚어야 한다. 미래창조과학부의 압박으로 소프트웨어가 필수과목으로 들어왔다. 초등학교 1~2학년 수업시수 확대를 위해 세월호 참사를 빌미로 안전교과가 신설됐다. 사회적 이슈가 되는 문제들을 필수과목을 도입하는 방식으로 풀면 안 된다.
사회 시기적으로도 전면 개정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진영효 내용도 문제지만 절차와 시기의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 7차 교육과정이 1997년인데 그게 2004년에야 고3까지 다 적용됐고 그때부터 평가를 거쳐 2007 교육과정 개정이 있었다. 과거엔 하나의 교육과정에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런데 2년 뒤인 2009년에 총론을 바꾸며 집중이수제 같은 개념이 막 들어왔다. 2007 교육과정으로 개발된 교과서가 2009 과정에서 사용돼 큰 혼란이 있었다. 예컨대 교과서는 2007 교육과정에 따라 1·2·3학년용으로 만들어놓고, 2009 교육과정에 따라 집중이수제를 하라고 했다. 중1이 1·2·3학년용 교과서를 한꺼번에 배우며 특정 과목을 집중이수하는 식이었다. 2009년에 총론만 개정한다고 해놓고 문제가 생기니까 뒤늦게 교과교육과정을 새로 고시한 게 2011 개정이다. 그 교과서가 2013년에 초1~2, 중1에 동시에 들어왔고, 올해는 초3~4년과 중2에 교과서가 들어왔고 2016년 도입이 마무리된다. 교사들조차 자기가 가르치는 게 어떤 교육과정이고 어떤 교과서인지 헷갈려 한다. 거의 전면에 가까운 개정을 수시로 하는 수준이라 혼란이 크다.
김진우 교육과정 개정이 필요하면 바꿀 수 있고 신속하게 도입할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충분한 검증 과정이 있었는지다. 지금 교육과정은 검토도 없이 뒤집는 방식이라 안 된다.
이찬승 2009처럼 충분한 연구없이 전면 개정을 하면 수시 개정의 필요성이 생긴다. 수시 개정으로 땜질하면 문제가 지속될 뿐이다. 지금은 개정 준비가 안 됐다.
사회 당장의 대안으로 수능부터 바꾸자는 지적이 많다.
김진우 문과생이 과탐을, 이과생이 사탐을 선택해 수능을 보게 하면 된다. 간단하고 낮은 수준에서의 문·이과 통합이다. 나아가 문·이과 통합을 수능으로만 풀겠다는 발상을 내려놓고 프로젝트형 수업 등을 통해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
진영효 현재 사회탐구 일반선택 중 역사 분야가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로 분리돼 있다. 한국사는 별도의 공통필수과목이다. 그래놓고 통합사회는 12개 대단원 안에 일반사회·역사·지리·윤리 영역을 다 융합한단다. 한편으론 과목을 잘게 잘라놓고 다른 한편으론 다 융합을 하겠다는 식이다. 지나치게 세분화된 과목부터 통합해야 한다. 한국사·세계사·동아시아사를 역사로 묶는 식이다. 장기적으론 수능에서 국·영·수 배점을 40%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학교 수업에서도 국·영·수 비중을 낮출 수 있고, 사회와 과학 공통과목으로 인한 학습량 부담 문제도 해결된다.
사회 2015 교육과정 개정이 예상대로 실패해도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는데.
이찬승 이걸 도입하자고 한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은 물러났고, 황우여 교육부 장관은 취임 전에 결정된 거라고 피해갈 수 있고, 국가교육과정개정연구위원회 위원들은 임무 끝나면 그만이고, 교육과정평가원은 주무가 아니라고 물러나 있다. 아주 이상한 상황이다.
사회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한 교육과정 개정 요구가 많은데 개정 절차와 방법을 어떻게 바꾸면 좋은가.
진영효 초중등교육법에서 교육과정 개정 권한을 교육부 장관한테 주고 있다. 가칭 ‘사회적교육과정위원회’를 상설 독립 기구로 만들어 일관되게 연구·준비·적용·평가하는 게 필요하다.
이찬승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교육과정 개정 위원회에서 학생·학부모가 전문가와 균등한 의결권을 가지면 합의도 잘 안 되고 문제만 커질 수 있다. 누군가 리더십을 갖고 진행하되 핀란드처럼 방대한 설문조사 등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를 거치는 게 중요하다.
김진우 헌법재판소 같은 구성으로 치열하게 토론해 결론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사회 교육부가 24일 교육과정 주요사항 발표를 강행하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있나.
이찬승 이대로 가면 2015 교육과정도 몇 년 뒤 2009 개정의 전철을 밟게 된다. 내년 9월로 예정된 총론·각론 고시 전에는 문제제기를 하면 반영될 수 있는 길이 있다. 사회적 연대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안을 제시하면 희망이 있다.
진영효 교육부가 주요사항 발표와 내년 고시를 양보하지 못하겠다면 전면 개정 대신 부분적 수정 고시를 하자. 일단 초·중은 손대지 말고 교과서도 바꾸지 말자. 교과별 교육과정을 좀 더 연구할 시간을 갖자는 것이다.
진행·정리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고2·3때 안배우면 수능 볼 수 있나
수능이 교육과정 지배하는데…”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장 “내용보다 절차·시기 문제 심각
한 교육과정 적용에 10년 걸려
전면 개정 잦아 현장 혼란 우려”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 “통합과목만 만든다고 통합되나
개정 필요하면 바꿀 수 있지만
지금은 충분한 검토 없어 안된다” 사회 교육과정이 개정되면 학생과 학교, 입시에 어떤 영향을 끼치나. 진영효 학교 교육의 목표와 내용, 방법, 평가를 정해 놓은 게 교육과정이다. 어떤 과목을 몇 시간, 어떤 교과서로 가르치고 배울지, 어떻게 평가할지 밝힌 설계도다. 현재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을 보면, 중3까지는 2009와 2011 교육과정으로 공부하다가 고1이 되는 2018년부터 2015 교육과정으로 교육받는다. 알아야 할 지식의 내용과 방식이 갑자기 바뀌는 거다. 사회 교육부가 2009 전면 개정과 그에 따른 2011 교과 개정, 2013 부분 개정에 이어 왜 또 교육과정을 개정하려고 하나. 김진우 2009 교육과정 개정 이후 문과는 과학탐구를, 이과는 사회탐구를 보지 않아도 되는 수능제도 탓에 ‘문·이과 칸막이’가 심해져 비판이 거셌다. 개선 아이디어의 하나로 ‘수능 문·이과 완전 융합’ 이 언급됐는데 의외로 여론이 좋자 개정에 힘이 실렸다. 진영효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공통교육과정을 다 없애고 선택교육과정으로 갔다. 아이들이 자기 적성과 진로에 맞게 교육과정을 선택해서, 학생 100명이면 100개의 교육과정이 나올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우리나라 고교생과 고교가 교육과정을 선택하는 기준은 실제론 적성과 진로가 아니라 오로지 대학입시다. 결국은 자기가 볼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에 초점을 맞춰 교육과정을 짠다. 수능에서 대학별 가중치를 적용하면 국·영·수 비중이 85%까지 이른다. 공통교육과정을 없앤 선택교육과정은 국·영·수 몰입교육으로 변질됐다. 수능에서 국·영·수를 기본으로 하고, 사탐·과탐을 중심으로 문과·이과가 나뉘었다.
이찬승 교육을바꾸는사람들 대표
진영효 전교조 참교육실장
김진우 좋은교사운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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