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 법원, 민청학련 피해자 소송서
“생활지원금 받은 당사자는 안돼”
가족들한테만 위자료 지급 판결
소제기 시효 지난 이유로 기각도
“생활지원금 받은 당사자는 안돼”
가족들한테만 위자료 지급 판결
소제기 시효 지난 이유로 기각도
민주화운동 관련자가 생활지원금을 받았으면 국가로부터 별도의 손해배상을 받을 수 없지만, 그 가족들은 배상금을 받을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앞서 대법원은 생활지원금 수령자의 별도 손해배상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고법 민사8부(재판장 배기열)는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과 그들의 가족 9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민주화운동보상법에 따라 생활지원금을 받은 이들에게는 배상금 지급 의무가 없다”며 원심을 깼다고 23일 밝혔다. 재판부는 생활지원금을 받지 않은 직접 피해자 8명에게 국가가 많게는 7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했지만, 각각 1150만원의 생활지원금을 받은 서아무개씨와 방아무개씨의 청구는 각하했다.
이는 대법원이 3월에 전 동일방직 노조원 22명의 소송에서 “생활지원금을 받은 이들은 이미 피해 전부에 대해 사실상 재판상 화해가 성립됐다”며 하급심의 배상금 지급 판결을 확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이번 재판부는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배상금 지급 의무가 있다며 1심처럼 각각 1000만~1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재판상 화해 효력은 민주화운동 관련자에게만 적용되며, 그 가족들의 위자료 청구에까지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 쪽은 대법원 판례가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사보상결정 확정일인 2011년 10월로부터 6개월이 지난 2012년 5월 소를 제기한 이아무개씨와 그 가족의 청구는 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기각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해 5월 ‘진도 국민보도연맹사건’ 피해자 유족들의 소송에서 ‘매우 특수한 사정’이 없는 한 소 제기 시한을 6개월로 못박고, 다시 12월에 ‘형사보상결정 확정일로부터 6개월’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재판부와 법원에 따라 과거사 배상의 기준이 엇갈리면서 혼란은 계속되고 있다. 대법원은 두번의 판결을 통해, 생활지원금을 받은 피해자에게는 배상 책임을 부인하고, 과거 3년까지 인정하던 소 제기 시효를 6개월로 줄이면서 국가의 책임을 크게 덜어줬다.
하지만 긴급조치 위반사건 피해자의 소송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지난 6월 생활지원금 지급을 재판상 화해로 간주하는 민주화운동보상법은 헌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헌재가 이를 받아들이면 배상 범위를 좁혀놓은 대법원 판결은 무효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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