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임위원 청문회 도입한다지만
일방적 선임절차 여전히 안바꿔
일방적 선임절차 여전히 안바꿔
10월 말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회의(ICC) 등급 재심사를 앞둔 국가인권위원회가 23일 상임 인권위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 도입 등을 담은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와 정부에 입법을 권고했다. 등급 강등을 막아보겠다는 취지지만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등 실질적 내용이 상당수 빠져 있어 ‘면피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권위는 개정안의 핵심을 인권위원 선출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에 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존에 국가인권위원장만 거치도록 한 국회 인사청문회를 차관급인 상임 인권위원 3명한테도 확대 적용하도록 한 조항 외에 부적격 인권위원 선임을 막을 다른 제도적 장치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 그동안 인권단체들은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이 시민사회의 의견 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지명하는 기존 임명 절차의 대안으로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구성을 요구해왔다.
인권위원 구성의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도 기대에 못 미친다. 인권위는 개정안에서 여성 위원의 비율을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렸지만, 장애인 인권 전담 위원을 배정해야 한다는 요구 등은 22일 전원위원회에서 채택하지 않았다.
인권위는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같은 ‘구체적 절차’는 법률안이 아닌 ‘가이드라인’을 별도로 만들어 지명권자인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에게 도입을 권고하겠다는 입장이다. 심상돈 인권위 정책교육국장은 “그동안 검토하고 수렴한 모든 대안을 법률의 형식에 담아내기 어려운 현실적 한계가 있다. 장애인 인권 담당 위원 배정 역시 가이드라인에 담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 4월 한국 인권위에 대한 등급 재심사 결정을 하면서 아이시시가 한 권고에 한참 못 미친다는 지적이다. 당시 아이시시는 “인권위원 지원·심사·선출·임명 과정에 광범위한 논의와 참여를 도모”하는 절차를 국가인권위원회법처럼 구속력 있는 규정에 포함하라고 권고했다.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률 형태를 요구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권위가 이날 발표한 가이드라인 역시 의무 조항이 아닌 ‘후보추천위원회를 둘 수 있다’는 선택 규정으로 만들어져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숙 ‘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활동가는 “아이시시는 검증 절차가 아닌 인선 절차를 만들라고 지적했다. 인사청문회는 검증 절차다. 가이드라인에 담은 후보추천위원회 역시 자문기구이지 인선기구가 아니다. 인선 절차 관련 내용은 여전히 전무한 상황”이라고 했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은 “대통령 등 지명권자의 눈치를 보느라 후보추천위원회를 법률안에 담지 않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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