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업종의 가게들이 협업하는 ‘컬래버레이션’으로 상권을 창출하고 있는 김소영 홈스타일 사장(오른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 , 한근영 레망마지크 사장, 신창현 요수정 사장, 정찬호 카페 신수동리사장이 서로의 가게를 12번 이용하면 기념품을 주는 공동 쿠폰 ‘신수동 한바퀴’를 들고 한자리에 모였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 신수동 업종 다른 가게 4곳
공동쿠폰 발행해 손님끌기 나서
“대형몰 위주 소비문화 바꾸고파”
서강동선 공방주인들 콜라보 강좌
주민들도 동네골목길 변화에 반색
공동쿠폰 발행해 손님끌기 나서
“대형몰 위주 소비문화 바꾸고파”
서강동선 공방주인들 콜라보 강좌
주민들도 동네골목길 변화에 반색
애인을 위해 꽃을 사고, 함께 커피를 마시고, 제대로 된 식사에 시원한 맥주 한잔까지…. 도심 번화가나 대형 쇼핑몰이 아닌 ‘우리 동네 골목’에서도 이런 원스톱 데이트가 가능할까?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한갓진 거리 광성로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카페 신수동리’의 정찬호(40) 사장은 이웃 가게들과의 협업으로 골목상권을 바꿨다. 트로트 가수 태진아와 댄스 가수 비가 ‘콜라보’(컬래버레이션) 무대를 꾸미는 것처럼, 지난달부터 카페와 꽃집(레망마지끄), 레스토랑(홈스타일), 주점 겸 밥집(요수정) 등 서로 다른 업종의 가게 4곳이 공동 쿠폰을 발행한 것이다. 가게 1곳을 10차례 정도는 가야 무료 음료나 식사가 제공되는 일반적인 ‘단독 쿠폰’과 달리 이들이 운영하는 공동 쿠폰 ‘신수동 한바퀴’는 가게 4곳을 합쳐 12번을 방문하면 기념품을 준다.
25일 신수동에서 만난 정 사장은 “2년 전 개업 때는 이 골목에 우리 카페밖에 없었다. 그 뒤로 가게가 하나둘 생겨났는데, 마침 친하게 지내는 사장님들이 업종은 조금씩 다르지만 취향이나 콘셉트 등이 어울리는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한번에 모든 걸 소비할 수 있는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안 가도 동네 골목에서 먹고, 마시고,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여러 가게가 어울린 ‘콜라보 골목’은 곱창골목, 떡볶이거리 등 단일 업종으로 형성된 거리와는 다르다. 공동 쿠폰 발행 한 달, 손님들이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소개받아 움직이는 시너지 효과가 생각보다 쏠쏠하다. 꽃집을 하는 플로리스트 한근영(31)씨는 “카페에 들렀다가 우리 집에서 구입한 꽃이나 화분을 보고 소개받아 오시는 분들이 많아졌다. 가게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 우리 가게 손님들도 공동 쿠폰을 보고 카페나 레스토랑 분위기와 맛을 물어본다”고 했다.
덕분에 개업한 지 한달밖에 되지 않은 레스토랑 홈스타일은 별다른 홍보 없이도 입소문이 났다. 김소영(35) 사장은 “공동 쿠폰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기념품을 타간 손님도 벌써 여러 분 나왔다. 이런 도움 없이 개업했다면 자리잡는 데 조금 어려웠을 것”이라고 했다.
마포구 서강동 예찬길에도 ‘콜라보’ 바람이 분다. 요리, 일러스트레이션, 수제 케이크, 마카롱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공방이 밀집한 거리에서는 주민들 상대로 ‘골목 강좌’가 열린다. 강좌를 찾은 주민들은 자연스레 이 골목에서 음식을 먹고, 케이크를 산다. 올해 1월 이곳에 입주한 마카롱 공방 ‘마카롱롱롱’의 김석(40)씨는 “식당 사장님이 우리 마카롱을 후식으로 사가기도 하고, 그쪽 손님들이 사러 오기도 한다. 원래는 공방만 할 계획이었는데 최근 유동인구가 늘어서 판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했다.
프랜차이즈 점포가 늘어선 대형 쇼핑몰에 질린 이들은 골목의 변화를 반겼다. 신수동 주민 김태완(31)씨는 “카페에 갔다가 예쁜 꽃집, 좋은 술집까지 덤으로 알게 됐다. 쿠폰도 거의 다 채웠다. 요즘은 가족들하고 외식할 때 홍대나 신촌까지 안 나가고 골목에서 해결하곤 한다”고 했다. 서울 용산구 경리단길에 식당과 카페, 술집, 빵집 등을 동업 형태로 개업해 ‘장진우 골목’을 조성한 장진우(28)씨는 “가게마다 나와 지인들이 공유하고 있던 독특한 취향이 살아 있기 때문에 호응을 얻었다. 골목에도 정체성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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