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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서북청년단 재건’ 파문…도대체 어떤 단체였길래

등록 2014-09-29 16:06수정 2014-09-29 19:36

당신이 서북청년회에 대해 알아야 할 5가지
김구 암살한 안두희가 간부…제주 4·3 때 ‘주민 학살’
KKK·네오나찌·재특회 등과 맥락 같이 하는 극우단체
‘서북청년단 재건 준비위원회’를 자처하는 극우단체들이 서울광장에 설치된 ‘노란 리본’을 철거하려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이 재건하려는 ‘서북청년회’(약칭 서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서북청년회는 어떤 조직이고, 이 같은 극우단체를 대처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서북청년회는 언제, 왜 결성됐나?

서북청년회는 해방 뒤 월남한 서북 지방 청년들을 중심으로 1946년 11월30일 서울에서 결성된 극우반공단체다. 이들은 주로 지주, 기독교계 인사, 민족주의자나 일부 친일파 등 북한의 탄압을 피해 도망온 젊은이들이었다. 이들은 강령으로 조국의 완전자주독립의 전취(戰取), 균등사회의 건설, 세계평화에 공헌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한 일은 좌익세력에 대한 ‘백색 테러’였다.

이들은 1947년 삼일절 기념식을 따로 가진 좌·우익이 시가 행진을 하다 남대문에서 충돌한 사건을 비롯해 부산 극장사건, 조선민주애국청년동맹 사무실 점령사건, 정수복 검사 암살사건 등에 관여했다.

후지이 다케시 성균관대 동아시아연구원 연구실장은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서 “서북청년회가 정식 명칭인데 서북청년단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을 보면 조직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대공 투쟁이라는 막연한 이미지만 있는 듯하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때려잡아야 할 빨갱이로 규정하고 반공 프레임을 노골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안두희도 서북청년단 간부였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은 올해 6월26일 백범 암살 65주기에 맞춰 <안두희, 그 죄를 어찌할까>(책보세 펴냄)를 펴냈다. 김 전 관장은 안두희의 삶과 행적을 추적하면서 백범 김구 암살의 진실을 추적했는데, 그 책에 따르면 안두희는 서북청년회 간부였다.

김 전 관장이 정리한 안두희의 이력은 이렇다. ‘1917년 3월 신의주에서 40여리 떨어진 평북 용천군 산골마을에서 태어났다. 미쓰비시 등 일제 기업들 제품을 취급하며 돈을 벌어 신의주 호상이 된 그의 아버지는 토지측량기사 자격까지 딴 뒤 도정업에 손을 대고 쌀 군납까지 하면서 평안도에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거부가 됐다. 아버지 덕에 상업학교를 나와 만주로, 베이징으로 흘러다니며 허랑방탕한 세월을 보냈고, 금융조합 서기 노릇도 했다. 일본 유학까지 다녀왔으나 해방과 함께 진주한 소련군이 재산을 몰수하자 47년 단신 월남해 이북 출신 반공우파 조직인 서북청년단에 들어가 종로지부 총무까지 올라간다. 육사 8기생으로 입대해 이승만의 사조직이라 할 친일·친미파 소굴 ‘8·8구락부’의 정예요원으로 간택받아, 소위 임관 뒤 3개월 남짓 만에 백범을 암살한다.’

 -<한겨레> 2014년 7월22일치(▶ 바로 가기 : “백범 죽인 안두희는 이승만 하수인에 불과해” )

사진출처 제주의 소리.
사진출처 제주의 소리.
■ 제주 4.3 항쟁 때 주민 학살

제주 인터넷 신문인 <제주의 소리>에 연재되고 있는 ‘김관후의 4·3칼럼’을 보면, 서북청년회가 ‘4·3 항쟁’에서 시민 학살에 앞장섰던 장면이 나온다. ‘제주 4·3 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 회복에 관한 특별법(4·3 특별법)’에 따르면, 제주 4.3사건이란 1947년 3월1일을 기점으로 해 1948년 4월3일 발생한 소요 사태 및 1954년 9월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을 말한다.

제주 4·3 항쟁의 발발과 전개과정에서 서북청년회 또는 서북청년단(서청)은 ‘인간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 잔혹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1949년 초 당시 국방부 장관 신성모는 어느 한 자리에서 “서북청년회원 등 육지의 사람들이 경찰·상인·관리 등이 되어 도민을 괴롭혔기 때문에 4·3 폭동이 난 줄 안다”고 말했다.

서청은 “우리는 이북에서 공산당에게 쫓겨왔다. 빨갱이들은 모두 씨를 말려야 한다”면서 제주도에 들어왔다. 미군정·이승만 등 집권세력은 ‘제주도 학살’의 최선봉에 서청을 세웠다. 그들은 소련 군정에 의해 박해를 받아 월남한 지주세력으로, 그 트라우마에 의해 반공주의자로 바뀌었다. 한마디로 정부 대신 손에 피를 묻혀주는 우파 민병대였다. 군과 정부 고위직을 장악하였고 대구노동자파업, 보도연맹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제주4.3사건에 개입하여 20만~40만명 이상의 좌파로 의심되는 민간인과 비기독교인들을 학살하였다.

-<제주의 소리> 2014년 05월 14일 (▶ 바로 가기 : ‘김관후의 4·3칼럼- (23) 서북청년단, 제주도 학살 최선봉에 서다’ )

■ 다른 나라에서의 ‘백색 테러’는?

서북청년회의 일련의 테러는 ‘백색 테러’(white terror)로 일컬어진다. 백색테러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해 암살·파괴 등을 수단으로 하는 것으로, 좌파에 의한 적색 테러(Red Terror)와 대척점에 있다.

‘백색’을 사용하는 것은, 프랑스혁명 중 1795년 왕당파가 혁명파에게 보복한 사건에서 비롯됐다. 백색은 프랑스 왕국의 상징이었던 백합의 색에서 나왔다. 프랑스에서 백색이란 왕권이나 왕당파를 의미하는 색으로 통했다.

현대에서도 백색테러는 그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악명 높은 인종차별 테러단체인 KKK단이 현대의 대표적인 백색 테러 단체다. 유색인들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는 독일의 네오나찌 등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도 백색 테러 단체로 손꼽힌다. 재특회의 혐오 집회로 최근 일본 도쿄 내 ‘한류의 거리’라 불렸던 신오쿠보의 대표적인 한식당인 ‘대사관’이 지난달 15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사관이 문을 닫은 원인은 지난 2010년께부터 본격화된 ‘재일 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의 반한 집회(헤이트 스피치) 때문이다. 재특회 등은 도쿄의 한류 거리라 불리는 신오쿠보나 아키하바라 등을 중심으로 2012년 여름께부터 반한 집회를 시작했다. 그러나 업소에 더 큰 피해를 준 것은 집회가 끝난 뒤 이뤄진 이른바 ‘산보’였다. 재특회 회원들이 집회 뒤 ‘산보’라는 명목으로 한류 업소를 돌아다니며 욕설을 하고 간판 등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기 때문이다.

 -<한겨레> 2014년 9월18일(▶ 바로 가기 :‘재특회’ 혐오집회에 스러지는 도쿄의 ‘한류 거리’

 

지난해 3월31일 한류거리로 불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한국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지난해 3월31일 한류거리로 불리는 일본 도쿄 신오쿠보 거리에서 일본 우익단체 회원들이 ‘한국인이 텔레비전에 나오지 않도록 하라’는 구호를 쓴 손팻말 등을 들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정남구 기자 jeje@hani.co.kr
■ 그들의 광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우리나라의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는 일본 재특회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동안 온라인에서만 활동하던 그들이 최근 오프라인으로까지 나오고 있다.

일베를 비롯한 극우단체들이 백색 테러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귀영 한겨레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강자와 권위주의에 대한 맹목적 복종과 약자에 대한 폭력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베 현상은 파시즘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 ‘인정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및 친밀감에 대한 강한 갈구’가 일베의 주요 동기”라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일베를 하는가? 결국 상처 때문일 것이다. 강자와 권위주의에 대한 맹목적 복종과 약자에 대한 폭력성이라는 측면에서 일베 현상은 파시즘과 상당히 유사하다. 에리히 프롬은 파시즘에 대해 고독과 무력감을 견디지 못한 개인들이 강자에게 도피하는 것으로, 빌헬름 라이히는 약자에게는 군림하려 하고 강자에게는 굴종하려는 대중의 권위주의적 성격 구조로 설명한 바 있다. 20세기 초반 자본주의의 독점화 과정에서 독일의 중간계급 대중은 몰락해갔고, 그들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강자에 대한 무한한 복종과 약자에 대한 거친 폭력으로 보상받으려 했다. 약자에 대한 폭력은 상처받은 자존심을 치유하고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는 행동이었던 것이다. 범죄심리학자 표창원 박사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 ‘소속감 및 친밀감에 대한 강한 갈구’가 일베의 주요 동기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국보다 넷우익 사정이 심각한 일본의 상황은 일베 현상을 이해하는 데 시사적이다. 일본의 르포작가 야스다 고이치가 쓴 <거리로 나온 넷우익>에 따르면,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재특회) 등 일본 넷우익들의 존재 이유 역시 인정 욕망에 있다. “솔직히 우리는 부모에게도, 세상에서도 좋은 평가를 못 받고 있잖아요. 그런데 활동할 때 동지들은 반드시 저를 인정해주었어요”라는 재특회 회원의 말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역시 인정욕망이 중요한 것이다. 인간은 그저 생물학적·경제적 존재만은 아니다. 정말 돈만 있다고 살아갈 수 있는 건 아니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고 있다는 자존감은 생존의 필수적 요소다.

 -<한겨레21> 2013년 6월10일(▶ 바로가기 :일베, 상처받은 이들의 인정욕망

그렇다면 이들의 광기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증오를 녹이는 데 마법 같은 치료제는 없다. 대신 전문가들은 증오의 원인과 결과를 먼저 직시하라고 한다.

증오를 녹이는 데 마법 같은 치료제는 없다. 증오의 원인과 결과를 직시하는 것이 먼저라는 건 공통된 의견이다. “가장 먼저 할 일은 증오, 증오의 대상인 가해자, 그리고 증오의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것이다. 우리가 증오의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우리는 증오에 맞서 그것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우리는 어쩌다 적이 되었을까>의 저자 로버트 스턴버그는 이렇게 적었다. 박해광 교수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일베와 같은 젊은 세대들은 특히 5·18을 다른 인종, 다른 영토의 사건처럼 받아들입니다. 우리의 역사이고 우리의 영토 안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걸 환기할 수 있는 사회적 반성이 반드시 있어야겠고요. 역사 교육만이 아니라 총체적으로 사회가 젊은 세대에 정의로움을 교육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결국 증오라는 원시적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정의와 합리라는 고등 신경계의 사고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인간은 그러기 위해 진화한 것 아닐까. 

 -<한겨레21> 2013년 3월10일(▶ 바로 가기 : 혐오에 찬 너의 말, 그게 인종주의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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