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혐의’ 3명 영장심사
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다”
경찰, 영장 재신청 않기로
법원 “증거인멸 우려 없다”
경찰, 영장 재신청 않기로
폭행 사건과 관련해 세월호 가족대책위원회를 이끌던 유가족 3명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됐다. 경찰과 검찰이 엄벌해야 할 사안이라며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정치적 맥락 때문에 사건을 침소봉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남부지법 조의연 영장전담부장판사는 2일 대리운전기사를 폭행하고 이를 말리던 행인 2명에게도 폭력을 행사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의 공동상해)로 청구된 세월호 가족대책위의 김병권 전 위원장, 김형기 전 수석부위원장, 한상철 전 대외협력분과 부위원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영장실질심사와 수사기록 검토 뒤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와 피의자들의 주거, 생활환경 등에 비춰 증거인멸 및 도망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사안의 중대성’을 내세워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던 경찰과 검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남부지검과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구속영장을 청구·신청하면서 “피해자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사회적 약자인 대리기사와의 싸움을 말리는 선량한 시민들을 집단 폭행해 이들이 늑골 골절 등 전치 4~2주의 피해를 입은 사실이 인정된다. 현재까지 합의가 안 되는 등 사안이 중하다”고 했다. 또 “피의자들이 범행 일부만 인정할 뿐 증거 영상이나 목격자 진술로 확인되는 범행까지 일부 부인하는 등 거짓 진술을 반복해 증거인멸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 안팎에서는 애초 폭행 정도나 그런 행위에 이른 과정 등을 종합하면 구속수사는 지나치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검찰 내규는 공동상해 사건의 경우 전치 6주 이상에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은 경우를 구속영장 청구 기준으로 삼고 있다. 통상적으로는 조직폭력배 등이 고의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힌 경우 등에서 구속수사를 해왔다. 술을 마시고 우발적으로 폭력을 휘두른 경우는 구속수사까지 하지는 않고, 법원에서도 벌금형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이 2012년에 처리한 폭행 사건 17만여건 가운데 구속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0.0022%에 불과하다. 구속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은 대부분 폭행치사나 보복범죄 등 피해가 치명적이거나 죄질이 아주 나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검경은 “사회적 약자인 대리운전기사” “선량한 시민” 등의 표현을 쓰며 세월호 유족들의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검경은 유족들이 폐회로텔레비전(CCTV)에 나오는 장면까지 부인해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했지만, 유족 쪽은 그런 증거가 확보됐는데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해왔다. 진보적 법학자들의 모임인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정부는 대형 참사에 대한 스스로의 책임은 회피하면서 개인 간의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규탄 성명을 내기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라는 주장에 대해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든다”며 세월호 유족을 압박하고 나온 것과 검경의 구속영장 청구를 분리해 보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왔다.
기각 결정 직후 전우관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 앞으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겠다”고 했다. 유족들을 대리하는 양홍석 변호사는 “법원의 신중한 판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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