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벌. 김영훈 기자
‘체벌’ 아동복지시설 운영자
사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법원 “올바른 행동 지도하려는 목적”
아동단체 “체벌 반복땐 학대 치달아”
사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서 승소
법원 “올바른 행동 지도하려는 목적”
아동단체 “체벌 반복땐 학대 치달아”
말썽쟁이 아이들의 버릇을 고친다며 뺨을 때리면 ‘아동학대’일까, ‘사랑의 매’일까?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크지만 아동학대의 기준은 판결문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서울 구로구에서 아동복지시설을 운영하는 김아무개씨는 보호자가 없는 2~15살 아이 6명을 데리고 생활했다. 김씨는 유독 장난이 심하고 서로 자주 싸우는 이아무개(7)군과 손아무개(9)군을 체벌했다. 한 시설 직원은 이를 아동학대로 보고 아동학대 예방센터에 신고했다. 이군은 “동생들을 괴롭혔다는 이유로 나무숟가락으로 손바닥을 1~10대 맞은 적이 있다”고 했고, 손군은 “잠을 안 자고 시끄럽게 떠들거나 말썽을 부리면 볼을 세게 맞거나 나무숟가락으로 다리나 배를 맞았다”고 했다.
김씨는 “두 아이가 장난치거나 싸우면 다칠 수도 있어서 엄하게 훈육하는 편이긴 했다. 그러나 뺨을 때려도 붓거나 멍이 들 정도가 아니라 잘못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때렸다”고 했다.
예방센터는 지난 2월 김씨가 훈육 차원에서 뺨을 강하지 않게 때렸어도 아동을 손발로 때려 학대했다며 구청에 알렸다. 이어 구청이 4월에 사업정지 6개월과 보조금 72만원 반환을 명령하자, 김씨는 소송을 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는 3일 김씨가 구청을 상대로 낸 사업정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씨 행동은 다른 아이들을 괴롭힐 때 주의를 줘서 올바른 행동을 지도하려는 목적이었다”며 “관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아동학대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씨의 체벌이 ‘사랑의 매’에 가깝다고 판단한 셈이다.
아동보호 전문기관 쪽에서는 이런 판단에 고개를 갸웃거린다. ‘훈육 목적’의 체벌을 정당화하는 생각이 아동학대를 뿌리뽑는 것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김희경 세이브더칠드런 권리옹호부장은 “가해자들은 보통 훈육 목적의 체벌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런 체벌이 반복되면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 채 점점 심각한 학대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아동학대의 판단 기준은 논란 대상이지만, 법원은 아동복지법에서 정한 기준 이상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및 보호자의 아동 유기’ 등을 아동학대로 규정하고 있다. 아동학대를 판단할 때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서 체벌의 맥락을 함께 고려한다는 게 법원의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청주지법은 지난해 10월 어린이집에서 간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4살 아이가 앉은 의자를 뒤로 잡아당겨 넘어뜨린 혐의(아동복지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보육교사 박아무개(39)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박씨 행위는 훈육의 목적이라기보다는 보육 편의를 위한 것”이라는 근거를 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1월 어린이집에서 놀이터에 가고 싶다는 4살 아이를 1시간여 동안 세워두고, 배가 아프다는데도 화장실에 바로 보내주지 않고, 아이가 이를 집에 알리자 야단친 혐의(아동복지법 위반)로 기소된 이아무개(42)씨와 김아무개(32)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하면서 “정서적 학대행위를 했다”고 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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