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어머니들의 모임인 ‘리멤버 0416’ 회원들이 6일 오후 경기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 앞에서 세월호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안산/연합뉴스
진상조사위·특검활동 앞두고
검찰, 윗선 책임론 차단 의혹
검찰, 윗선 책임론 차단 의혹
검찰은 해경 현장 지휘관 한명에게만 세월호 승객 구조 실패에 대한 형사책임을 물었다. 야당은 청와대·정부에 면죄부를 주는 수사 결과로 규정하고, “이 때문에 세월호 특별법을 통한 철저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6일 서해지방해양경찰청 및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승객들의 퇴선을 유도하라는 지시를 받고도 구조 조처를 미흡하게 진행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 및 허위공문서 작성 등)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 출동했던 목포해경 123정 정장 김경일 경위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함정 근무 경력이 26년인 김 경위 개인의 잘못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검 조은석 형사부장은 “123정장은 출동 단계부터 수색구조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았다”며 “(김 경위는) 퇴선 유도 등 현장 지휘관으로서 해야 할 조처를 하지 않아, 선장 등의 고의·과실과 중첩해 승객들을 사망에 이르게 한 종합적인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은 “123정에 탑승한 해경 10명은 지휘관 지휘에 따라 구조업무를 했다는 점에서, 윗선 지휘라인의 경우 현장 상황을 직접 보고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공범으로서 처벌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사고 발생 즉시 현장으로 출동하지 않은 목포해경서장, 신고 전화를 받고도 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문서로 통보하느라 시간을 허비한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 등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목포해경서장은 김 경위에게 유선으로 승객 퇴선 유도 조처를 지시했고, 목포해경 상황실 관계자도 고의로 직무를 유기하지 않은 만큼 기소하더라도 공소 유지가 순탄치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해경의 부실한 초기 대응이 큰 피해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100t급 소형 경비정을 맡은 경위 한명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검이나 진상조사위원회의 활동을 앞두고 윗선 책임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선을 긋고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당시 ‘청와대가 어떤 지시를 했는지 살펴봤느냐’는 질문에 조 부장은 “123정장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했고 현장지휘관이 됐다. 당시 지휘부에 현장 영상을 전송할 장비도 없었다. 위에서는 123정장의 판단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었고 추상적인 지시만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세월호 국민대책회의 이재근 상황실장은 “검찰 수사로는 세월호 사고 당시 청와대나 안전행정부 등 정부가 제 역할을 했는지 제대로 밝혀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진상조사위에서 참사의 근본적 원인을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역시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구성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통해 좀더 정확한 사고원인과 정부의 무능한 대응에 대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는 왜 세월호 특검법이 필요한지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의 책임을 전적으로 진도해경에 전가할 뿐, 4월16일 아이들이 죽어갈 때 청와대와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전혀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사고 당시 시뮬레이션 자료를 외부에 공개해 충분한 시간을 통해 분석하고, 해경과 해군의 초기 구조 작업과 이후 대응 실패, 컨트롤타워로서의 정부와 청와대의 취약한 재난 시스템에 대한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경미 이승준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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