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석 대검찰청 형사부장이 6일 오전 세월호 침몰사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러 기자실로 들어오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수사로 드러난 해경-언딘 유착
해경 차장, 언딘 대표 부탁받고
등록도 안된 ‘리베로호’ 투입 지시
일주일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
사고해역 일대 바지선만 20여척
2200톤급 ‘현대보령호’도 돌려보내
잠수사들, 수중구조 작업 차질
해경 차장, 언딘 대표 부탁받고
등록도 안된 ‘리베로호’ 투입 지시
일주일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
사고해역 일대 바지선만 20여척
2200톤급 ‘현대보령호’도 돌려보내
잠수사들, 수중구조 작업 차질
세월호 침몰로 승객들이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도 해경은 구조보다는 민간 구조업체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에 한몫을 챙겨주는 것에 신경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수중수색 작업은 6일이나 늦어지게 됐다. 평소 해경 수뇌부가 언딘과 유착관계를 맺었기 때문이다.
6일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상환 해경 차장과 박종철 수색구조과장, 나호승 재난대비계장은 언딘이 구조 및 인양 작업을 맡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편의를 제공했다. 운항 관련 안전점검 검사나 등록 절차도 거치지 않은 언딘의 1100t급 바지선 리베로호를 구조 현장에 투입하도록 지시했고, 이를 위해 규정을 무시하라는 해경 명의 공문을 보내주기도 했다. 평상시에는 해양사고 정보를 문자메시지로 알려주기도 했다. 검찰은 이들 사이의 유착관계가 2009년께부터 형성됐다고 밝혔다.
리베로호가 건조되고 있던 경남 고성 천해지조선소와 진도 앞바다 사이의 거리는 멀었다. 리베로호는 해경이 뒤를 봐준 덕분에 구조용 바지선으로 선정될 수 있었지만, 사고 발생 일주일 뒤인 4월23일에야 현장에 도착했다. 4월16일 사고 당일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바지선이 전남 해역 일대에 22대 있던 점을 고려하면, 언딘에 특혜를 주려고 수중수색 작업의 ‘골든타임’을 7일이나 허비한 꼴이다. 특히 현장과 2~3시간 거리에 있는 진도에도 리베로호와 비슷한 크기의 1000t급 바지선이 7척 정도 대기하고 있었다. 당장 구조에 필요한 바지선을 투입할 수 있었지만 언딘에 ‘일감 몰아주기’만 했던 셈이다.
바지선은 수중수색의 베이스캠프 구실을 맡는다. 감압 체임버와 하잠색 등을 설치하고 잠수사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세월호가 거의 전부 물속에 가라앉은 4월16일 오전 10시34분 이후에는 바지선을 통한 수중수색이 유일한 희망이었던 셈인데, 최상환 해경 차장을 비롯한 해경 수뇌부는 언딘이 건조중이던 리베로호를 기다리는 데 급급했다.
최 차장은 언딘의 뒤를 봐주기 위해 유가족들에게 사실을 숨기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리베로호가 현장에 도착하기 30시간 전인 4월22일 0시40분께 2200t급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현장에 도착했지만, 해경은 임무를 맡기지 않고 돌려보냈다. 현대보령호는 잠수사 수용 능력이 50명으로 리베로호(30명)보다 크다. 그러나 최 차장은 같은 날 아침 6시47분께 진도 팽목항에서 유가족들에게 브리핑을 하면서 바지선 현대보령호가 도착한 사실을 숨기고, 언딘의 리베로호가 우수하다는 취지의 설명만 이어갔다. 구조수색 작업이 지연되는 동안 희생자 가족들은 ‘에어포켓’ 등 희미한 생존 가능성에만 기대를 걸고 있었다.
언딘의 뒤를 봐주는 데는 ‘알박기’ 수법도 쓰였다. 해상 사고가 나면 먼저 도착한 업체가 구난 작업의 우선권을 갖는 관행을 말한다. 이들은 리베로호가 도착하기 전까지 언딘 협력업체의 359t급 미니 바지선 2003금호호를 4월19일 사고 현장에 정박시켜 놓았다. 하지만 금호호의 규모가 너무 작았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바지선 규모가 작아 잠수 장비를 1~2세트밖에 운용할 수 없었다”며 “이는 당시 잠수수색이 자주 중단된 가장 큰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최 차장 등 해경 관계자들은 지난해 추석부터 명절 때마다 자연산 송이버섯, 울진 대게 등 명절 선물을 받으면서 언딘 쪽과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 추적 등을 벌였지만 금품 수수 혐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해경과 언딘의 유착 정도에 견주면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이다. 구조 실패의 형사책임을 소형 경비정 정장 한명에게만 물은 것과 함께 검찰 수사가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올 만한 부분이다.
이경미 노현웅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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