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전은 사랑이란 언어서 동성애 추방
사본1-온라인/
결국, 우리나라 사전은 ‘사랑’이란 언어에서 ‘동성애’를 추방시켰다.
국립국어원이 지난 1월 <표준국어대사전> 보완 작업을 하면서 ‘사랑’의 뜻풀이를 이성애 중심으로 바꾼 것으로 드러났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은 9일 자료를 내 “국립국어원이 공식 심의기구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립국어원장(민현식)의 주도하에 ‘사랑’, ‘연애’, ‘애인’, ‘애정’ 등의 뜻풀이를 모두 이성애 중심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현재 개정된 <표준국어대사전>을 보면 ‘사랑’에 대해 ‘남녀 간에 그리워하거나 좋아하는 마음 또는 그런 일’로 풀이하고 있다.
본래 국립국어원은 성차별적인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지난 2012년 10월 사랑, 연애 애인, 애정에 대해 ‘이성’, ‘남녀’라는 단어를 뺐다. 그러나 일부 종교단체 등에서 이에 대한 민원을 제기하자 이듬해인 2013년 10월 재검토에 들어간 끝에 2014년 1월 이성애 중심으로 재수정해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했다. 재검토 당시 2013년 10월 열린 ‘정보보완심의위원회’에선 참석 위원 전원이 “2012년에 바꾼 현재의 뜻풀이대로 두는 것이 가장 무난하다고 판단한다”고 결의했다. 정 의원은 “그러나 국어원장은 공식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회의’를 따로 열어 사랑의 뜻풀이를 바꿨다”며 “공식 심의기구가 아닌 자문회의를 열어 뜻풀이를 수정한 것은 외부 압력과 민원에 굴복한 것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 의원은 또한 “자문회의에서도 ‘사랑’ 뜻풀이를 유지하자는 쪽과 개정하자는 의견이 팽팽하게 맞섰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우리 말과 언어는 인류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신장하는 수단이 돼야 한다”며 “국립국어원이 공식 심의기구 의견을 묵살한 채 일부 생각이 다른 사람이나 일부 종교의 민원에 휘둘려 국제적 흐름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이유주현 기자 edig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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