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전용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했을 경우 일반 교통사고보다 치사율이 최대 5배까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겨레 자료 사진
빨간불인데도 도로 한가운데로 무작정 뛰어드는 이들이 있다. 중앙 버스전용차로로 자신이 타야 할 버스가 다가오면 건너편 인도에서 횡단보도 파란불을 기다리던 사람들의 마음은 다급해지게 마련이다. ‘꼭 타야 한다’는 생각에 다른 버스나 차량은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지난 1월 밤 9시께 서울 도봉구의 한 전용차로 버스정류장 앞에서 장아무개(24)씨가 무단횡단을 하다가 무정차 통과하던 버스에 치였다. 목숨은 건졌지만 얼굴을 크게 다쳤다. 지난해 3월에도 서울 마포구의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밤에 무단횡단하던 정아무개(43)씨가 버스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무단횡단 등으로 중앙 버스전용차로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이 최근 4년간 3783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12일 도로교통공단과 서울시, 경기도에서 받은 사고 통계를 보면, 2010~2013년 서울과 경기도의 중앙 버스전용차로에서 1381건의 교통사고가 일어나 41명이 숨지고 3442명이 다쳤다.
사고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일어났다. 같은 기간 서울지역 중앙 버스전용차로에서는 1050건의 사고가 나 31명이 숨졌다. 부상자는 2522명에 달했다. 자치구별로는 서대문구가 182건(사상자 43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은평구(127건, 346명), 강남구(87건, 219명)가 그 뒤를 이었다.
전문가들은 중앙 버스전용차로에서 사고가 잦은 원인으로 ‘무단행단’과 ‘심야시간 버스 과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한다. 무방비 상태에서 과속 차량에 치이다 보니 ‘치사율’은 서울지역에서 발생하는 일반 교통사고보다 많게는 최대 5배까지 높아진다고 한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보행자들은 버스가 오면 꼭 타야겠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가 많다. 보행자 무단횡단을 막기 위한 방지 펜스 설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중앙 버스전용차로 사고의 대부분은 무단횡단과 사람이 드문 심야시간대에 버스가 과속을 하기 때문이다. 무단횡단 방지 펜스 등 최소한의 안전장치와 함께 버스 운행기록계를 통한 과속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해 도로교통공단 교통과학연구원이 펴낸 ‘중앙 버스전용차로 교통사고 원인분석 및 안전대책 연구’ 보고서를 보면, 무단횡단과 심야시간 버스 과속, 이륜차 무단통행 등이 사고 원인으로 꼽혔다. 서울지역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9년 4만4320건에서 2012년 4만829건으로 연평균 4.5% 감소했지만, 중앙 버스전용차로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09년 321건에서 2012년 398건으로 7.4% 증가했다.
이노근 의원은 “무인 단속 장비와 속도 저감 시설을 활용해 심야시간 버스 과속을 막고, 이륜차 통행 등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했다.
서영지 이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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