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주당 노동시간 보니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국가별 연간 노동시간에서 항상 ‘최상위권’에 속한다. 지난해에도 1인당 2163시간으로 멕시코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 통계에서도 드러나지 않던 한국 사회 장시간 노동의 민낯이 드러났다.
<한겨레>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의 노동시간조사분석팀(서울대 사회학 박사과정 김보성·이상직)이 ‘2013년 상반기 지역별 고용조사’(통계청)에 나타난 주당 노동시간을 ‘나인투식스’(9시 출근 6시 퇴근)라는 일반적 노동 패턴에 대입해 환산한 결과, ‘불야성’을 이루는 장시간 야근 실태가 확인됐다.
전체 직장인(임금노동자) 1743만3454명 중 882만2865명(45.7%)은 저녁 7시 전에 퇴근할 수 없었다. 밤 9시 이후 퇴근자는 260만6816명(15%)에 이르는데, 밤 9시 이후 퇴근은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11시간 이상을 일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주당 연장근로 시간이 15시간에 달했다. 근로기준법이 정한 연장근로 시간(12시간)을 훌쩍 넘는다.
야근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는 인천으로, 이 지역 기업에 고용된 노동자 106만4370명 가운데 20만3447명(19.1%)이 밤 9시까지 퇴근을 하지 못했다. 인천은 밤 10시(15만9587명, 15%), 밤 11시(7만4845명, 7%), 밤 12시(5만6238명, 5.3%) 야근 인구 비율도 전국 1위다. 인천에 이어 밤 9시 야근 인구 비율이 높은 지역은 충남(13만3793명, 18.4%), 대구(14만2101명, 17.4%), 경북(12만3100명, 15.3%), 경기(66만8603명, 15.2%) 차례였다.
야근 인구 비율이 높은 것은 이런 지역들에 위치한 국가산업단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인천 남동공단, 대구 성서공단, 경북 구미공단, 경기 반월·시화 공단 등은 완성차 업체의 협력업체 등 영세중소사업장이 밀집해 있다. 연장·휴일근로 등에 대한 관리·감독이 느슨하다는 지적을 받는 곳들이다.
심야 근무가 만연하면서 근로기준법이 허용하는 주당 최장 노동시간(40시간+연장근로 12시간)을 초과해 일하는 이들은 전체 직장인의 17.2%(285만363명)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은 연장근로 시간을 12시간에서 20시간으로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노동시간센터 연구원인 김재광 노무사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대책을 쏟아내면서 노동시간을 연장하자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껍데기뿐인 ‘8시간 노동’을 실질적으로 달성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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