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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네이버밴드도 사찰 정황…‘일단 털고보자’ 압수수색 관행

등록 2014-10-13 22:09수정 2014-10-13 22:25

[사이버 사찰 파문 확산]
시민들 “내 정보도 혹시” 불안감 증폭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 밴드까지 ‘사찰’ 논란에 휘말리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연결돼 자유롭게 소통하는 에스엔에스의 특성을 무시한 ‘일단 털고 보자’식 압수수색 관행에, 대통령 비판 여론을 단속하려는 의도까지 더해져 ‘사이버 사찰’ 논란을 달구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 ‘에스엔에스 사찰’ 왜 심각한가 지난달 18일 검찰이 ‘유관기관 대책회의’를 통해 사이버 명예훼손 엄단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카카오톡과 네이버 밴드 정보가 이미 광범위한 압수수색 대상이 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통상적 압수수색이고, 수사에 필요한 사항 외에는 들여다보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압수수색 대상자나 그와 연결돼 있다는 이유로 자신도 모르게 ‘수사 대상’이 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에게는 수사 편의주의적 발상이다. 에스엔에스에 담긴 정보는 전통적 압수수색 대상인 물건이나 장소와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금융계좌나 전자우편 압수수색에서도 제3자 신원이 노출될 수 있기는 하다. 그러나 에스엔에스는 한 사람이 수백, 수천명 또는 그 이상과 연결돼 있고 내밀한 대화가 오간다. 정진우 부대표 쪽은 카톡으로 연결돼 있던 3000여명의 정보를 ‘털렸다’고 주장한다. 그런 면에서 일대일 대화를 엿듣는 전화 감청과도 비교할 수 없다.

더구나 철도노조 박세증씨의 네이버 밴드 계정 압수수색 내용을 보면, 대화 내용은 물론 상대방의 가입자 신원 정보까지 경찰이 요구한 것으로 나온다. 한 사람의 범죄 혐의를 조사하면서 그와 온라인으로 연결된 수많은 사람들의 정보를 대상자들도 모르게 수집한다는 것이다. 수사 본류와 상관없는 정보도 고구마 뿌리 뽑듯 캐낼 수 있는 것이다.

카톡 이어 네이버밴드까지…
온라인 공간 마구잡이 헤집어
불특정 다수 ‘수사 편의주의’
전화 감청과는 비교도 안돼

검찰, 대통령 한마디에 ‘기름’
논란에도 책임 미루기 급급
법원서도 ‘습관적’ 영장 발부

압수수색의 ‘간접 피해자’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카카오톡에서 같은 대화방에 있던 이들은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행동’의 이름으로 13일 다음카카오 서울 한남동 사옥 앞에서 “카카오톡 이용자의 정보와 대화 내용이 공권력에 어떻게 제공됐는지를 밝히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내밀한 고민을 나눈 우리의 정보가 검경에 날것 그대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 안이한 검·경·법원 논란의 시발점 역할을 한 것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이를 이틀 뒤 받아 대검찰청이 개최한 대책회의다. 검찰은 평소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겠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강도 높은 개인정보 유출 사범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와 전혀 상관없는 다수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확보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 등은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기반의 ‘에스엔에스 시대’가 아날로그적인 수사 관행과 마찰을 빚고, ‘사이버 망명’ 파문이 일었는데도 전혀 개선책을 내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통계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의 정보 인권 침해 소지가 큰 사안인데도 일반 물건 압수수색처럼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1차 시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앞에서 이용자의 정보 제공과 공권력의 부당한 사이버 사찰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1차 시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앞에서 이용자의 정보 제공과 공권력의 부당한 사이버 사찰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법원도 문제의식이 희박하기는 마찬가지다.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만 대상을 한정시키려고 노력하기보다는 특정 기간의 대화와 가입자 정보를 전부 확보할 수 있도록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해준다. 미국에서는 이미 1980년대에 디지털 증거의 포괄적 압수수색의 문제점을 의식한 연방법원이 ‘범죄와 무관한 자료와 유관한 자료가 혼합돼 현장에서 분리할 수가 없으면 수사기관은 자료를 봉한 뒤 별도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놓기도 했다. 수도권 지역 한 법원 부장판사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요청은 과거에는 검찰이 독자적으로 하던 것”이라며 “수사 초기에 기초자료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아 법원에서도 문제의식이 많지 않았던 것이 사실인데, 앞으로는 사법적 판단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논란의 본질에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 단속 등 정치적 배경이 있다고 짚으면서 “국민들을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이경미 노현웅 정환봉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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