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찰 파문 확산]
시민들 “내 정보도 혹시” 불안감 증폭
시민들 “내 정보도 혹시” 불안감 증폭
대표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카카오톡에 이어 네이버 밴드까지 ‘사찰’ 논란에 휘말리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수많은 시민들이 연결돼 자유롭게 소통하는 에스엔에스의 특성을 무시한 ‘일단 털고 보자’식 압수수색 관행에, 대통령 비판 여론을 단속하려는 의도까지 더해져 ‘사이버 사찰’ 논란을 달구고 있다.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언론회관에서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가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와 관련해 사과하며 고개숙이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온라인 공간 마구잡이 헤집어
불특정 다수 ‘수사 편의주의’
전화 감청과는 비교도 안돼
검찰, 대통령 한마디에 ‘기름’
논란에도 책임 미루기 급급
법원서도 ‘습관적’ 영장 발부 압수수색의 ‘간접 피해자’들은 집단 반발하고 있다.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와 카카오톡에서 같은 대화방에 있던 이들은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시민행동’의 이름으로 13일 다음카카오 서울 한남동 사옥 앞에서 “카카오톡 이용자의 정보와 대화 내용이 공권력에 어떻게 제공됐는지를 밝히라”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서로의 소식을 공유하고 현안에 대한 내밀한 고민을 나눈 우리의 정보가 검경에 날것 그대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생각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발가벗겨진 느낌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 안이한 검·경·법원 논란의 시발점 역할을 한 것은 지난달 16일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회의 발언과 이를 이틀 뒤 받아 대검찰청이 개최한 대책회의다. 검찰은 평소 기업 등에 대한 압수수색 때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실시하겠다고 하고, 한편에서는 강도 높은 개인정보 유출 사범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범죄와 전혀 상관없는 다수의 정보를 수사기관이 확보하고,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할지 모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검찰 등은 ‘법대로 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디지털 기반의 ‘에스엔에스 시대’가 아날로그적인 수사 관행과 마찰을 빚고, ‘사이버 망명’ 파문이 일었는데도 전혀 개선책을 내놓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13일 국정감사에서 “전자정보에 대한 압수수색 통계를 따로 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수많은 사람의 정보 인권 침해 소지가 큰 사안인데도 일반 물건 압수수색처럼 다루고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톡과 공권력의 사이버 사찰에 항의하는 1차 시민행동 회원들이 1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다음커뮤니케이션 앞에서 이용자의 정보 제공과 공권력의 부당한 사이버 사찰을 규탄하고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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