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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쿵 소리와 함께 내 옆 사람들이 다 떨어졌다”

등록 2014-10-17 22:51수정 2014-10-19 16:46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 공연 도중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관객들이 10여m 아래로 추락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제공
17일 오후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유스페이스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 공연 도중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관객들이 10여m 아래로 추락해 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해, 소방관들이 구조작업을 펴고 있다. 경기소방본부 제공
판교 공연장 참사 현장
무대 가까운 곳에 위치, 공연전부터 20~30명 몰려
환풍구 덮개 지지대 1개뿐…접근금지 시설도 없어
직장인 사상자 많아…주변기업들 소재파악 분주
지하주차장 환풍구 덮개 붕괴 참사가 난 경기도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에는 17일 밤 덮개가 무너져 내린 채 시커먼 아가리를 벌리고 있는 환풍구가 흉물스럽게 자리하고 있었다.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입주하며 첨단도시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판교테크노밸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이날 공연은 그동안 작은 규모로 이뤄지던 콘서트를 지역축제 형식으로 키운 것이다. 무대 뒤로 엔에이치엔(NHN) 엔터테인먼트와 넥슨 등 유수의 아이티 업체들의 건물이 한눈에 보이는 이 광장은 평소 주변 직장인들이 커피 한잔을 즐기며 점심 뒤 휴식을 취하는 평화로운 공간이었다. 블록이 깔린 꽤 넓은 크기의 광장엔 말 모양 조형물 등도 설치돼 주변 주민들도 아이들을 데리고 자주 놀러 나오는 곳이다.

■ 무대 가까운 환풍구에 몰렸다가 참변 사고가 난 환풍구는 지하 4층까지 이어져 깊이가 20m에 가깝지만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 안전시설은 아무것도 없었다. 높은 곳은 어른 가슴 높이, 낮은 곳은 무릎 높이에 불과해 어린이들도 올라갈 수 있다. 환풍구 폭이 5m가 넘었지만 철제 덮개를 받쳐주는 구조물은 약한 지지대 하나뿐이었다. 27명의 관람객은 그 밑으로 갑자기 떨어져 사라졌다. 목격자들은 “사고가 난 뒤 안을 들여다봤지만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사고 당시 환풍구 철제 덮개를 감싸고 있는 외벽 위에 서서 공연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고 있던 이아무개(33)씨는 갑자기 뒤쪽에서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우르르 떨어지는 것을 봤다. 이씨는 “나는 가까스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내 옆에 있던 사람들은 다 떨어졌다. 다행히 친구 두명은 밑바닥까지 떨어지지 않고 시멘트 구조물에 걸려 목숨을 건졌다”고 말했다. 이씨는 “철제 덮개 상판 6개가 덮여 있었는데 사람들이 올라가자 구름다리처럼 흔들린 뒤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주변에는 올라가지 말라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고 했다. 구조물에 떨어져 목숨을 건진 이아무개(32), 한아무개(32)씨는 친구 사이다. 한씨는 “환풍구 위에 서 있는데 갑자기 덮개가 갈라지며 떨어졌다. 덮개를 붙잡은 뒤에 친구의 손을 잡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 근처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김광수(25)씨는 “걸그룹 포미닛의 노래가 들려서 회사에 들어가는 길에 들러 구경했다. 사람들이 야외공연장을 꽉 채웠는데, 다들 포미닛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고 했다. 김씨는 “포미닛이 거의 첫번째 순서 공연이었다. 사고가 난 환풍구는 무대에서 매우 가까웠다”고 했다. 무대와 환풍구는 어른 걸음으로 불과 30걸음 정도 떨어져 있었다.

판교동에 사는 신성숙(48)씨는 사고가 난 환풍구 앞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다. 신씨는 “포미닛 노래 중간에 갑자기 사람들 비명 소리가 나서 뒤돌아봤더니 환풍구 쪽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왔다. 처음에는 불이 난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먼지 같았다”고 했다. 그는 “사고 전에 환풍구 위로 20~30여명이 올라가 있었다. 거기에 서면 무대가 잘 보여서 나도 자리가 있었으면 올라갔을 거 같다”고 했다. 근처 회사에 다니는 배아무개(29)씨는 “무대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주변 계단까지 꽉 찼다. 환풍구 위에 서면 무대가 엄청 잘 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주민 심아무개(48)씨는 “오후 5시부터 공연을 봤는데 대부분 직장인이었다. 포미닛이 노래 네 곡을 불렀는데 마지막 노래를 부를 때 사고가 났다. 환풍구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은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 사고 뒤 환풍구를 내려다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고 했다. 심씨가 찍은 스마트폰 동영상을 보면, 포미닛은 사고가 난 줄도 모르고 계속 노래를 불렀고 청중들도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주민 나아무개(53)씨는 “무대 앞쪽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명 소리가 났다. 음악 소리 때문에 철제 덮개가 무너지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고 했다.

■ 금요일 저녁에 주변 ‘아이티맨들’ 구경왔다가… 야외공연장 주변 아이티 기업들은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직원들의 소재 파악에 나서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사상자 중에는 학생들보다는 20~40대 직장인들이 많았다. 유류품도 사원증, 자동차 키 등이었다.

분당차병원에는 저녁 8시께 윤아무개(35)·홍아무개(29)씨, 40대 남성 등 3명의 주검이 도착했다. 또 장아무개(36)씨 등 중상자 4명이 이송됐다. 중상자 정아무개(30)씨의 지인은 “언니가 목이 부러지고 폐가 안 좋다고 한다. (수술 동의를 위한) 보호자 서명을 해야 한다”며 울먹였다. 사망자 홍아무개씨의 회사 동료는 “공연을 왜 보러 나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부상자의 직장 동료는 “사고 직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층으로 내려가보니 바닥에 쌓인 먼지에 피가 흥건했다”고 말했다. 사망자 4명이 이송된 분당 제생병원에선 사망자 가족으로 보이는 여성이 울부짖으며 응급실로 달려가기도 했다.

이날 야외공연장과 병원 주변에는 연락이 되지 않는 가족들을 찾아나선 이들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성였다. 분당 서현고 교사들은 혹시나 다친 학생들이 ‘신원미상’으로 분류될 것을 우려해 학생사진명부를 들고 병원을 찾아오기도 했다. 한 교사는 자기 학교 학생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서둘러 다른 병원으로 이동했다. 성남/서영지 김외현 임지선 최우리 박태우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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