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과 후…사라진 사람들 경기소방본부 소방관들이 17일 밤 주변을 통제한 채 손전등으로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성남/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경기도와 한 인터넷 언론사가 연 가을축제 공연 중 건물 환풍구가 붕괴되면서 관객 16명이 숨지고 11명이 부상을 당했다.
17일 오후 5시53분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왕판교로 670 유스페이스몰 앞 야외광장에서 열린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축하공연 중 환풍구가 붕괴하면서 윤아무개(35)씨 등 16명이 숨지고 김아무개(29)씨 등 11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날 사고는 야외광장 공연장에서 열린 한 걸그룹의 공연 중 1.5m 높이의 환풍구 덮개 위로 관람객이 몰리면서 무게를 견디지 못해 환풍구의 절반가량이 무너졌다. 이 사고로 환풍구 덮개 위에 있던 관람객 27명이 지하 4층 높이 20여m 아래로 추락했다. 무너진 환풍구는 유스페이스몰 건물 입주자 등이 사용하는 지하주차장에서 외부로 공기를 빼내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사고 당시 공연장 인근에서 물건을 팔던 조아무개(65)씨는 “환풍구 쪽에서 연기 같은 게 올라오길래 처음에는 담뱃불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쪽에 몰려 있던 사람들이 ‘어! 어! 어!’ 하면서 손을 위쪽으로 헛손질하더니 앞으로 고꾸라지듯 하다가 밑으로 사라졌다”며 사고가 순식간에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소방대원들이 환풍구 아래로 줄을 한참을 내려도 끝이 나질 않았다”며 구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사고 현장에 있던 노아무개(32)씨는 “환풍구에 위험 표시가 없었고 안전요원도 안 보였다”고 말했다.
사망자 가운데 12명은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4명은 병원 이송 중 사망했으며, 부상자 9명은 서울대분당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등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 상태가 심해 추가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당시 약 1000명의 관람객이 공연을 보는 중이었다.
경기소방본부 관계자는 “지하에 추락해 고립된 생존자가 있는지 확인 중이며 추락 환자들의 상태가 중한 편이어서 사망자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은 경기도와 산하 기관인 경기과학기술진흥원이 주최하고 인터넷 언론사인 이데일리 등의 주관으로 연 ‘2014년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 축제’의 하나로 오후 5시부터 시작했다.
경기도는 “이날 행사는 판교 테크노밸리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것으로 이데일리와 이데일리티브이에서 무대 설치비 후원 요청이 와서 196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는 성남 분당구청에 판교 환풍구 붕괴 사고 ‘경기도 사고대책본부’를 꾸리고 사고 수습에 나섰다. 성남/홍용덕 박경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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