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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홀로 키운 딸 잃고…엄마, 이름만 애타게 불러

등록 2014-10-18 16:25수정 2014-10-18 22:39

퇴근길 직장 옆 공연 보려다 환풍구 추락 참변
“엄마 지극히 보살펴왔는데…” 친척들 탄식

엄마는 허공을 보며, 딸의 이름을 연신 불렀다. 가만히 앉아 있다가도 엄마는 눈물을 쏟아냈고, 벽에 기대 오열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판교 테크노밸리 환풍구 추락사고로 애지중지 키운 외동딸을 먼저 보낸 엄마의 안경 너머로 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사고가 난 공연장 근처 한 영어교육 전문회사에서 일하던 강아무개(24)씨는 퇴근길에 공연을 보다 사고를 당했다. 강씨의 회사는 공연장과 불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었다. 이모 강아무개(59)씨는 “조카가 5시52분께 남자친구에게 카톡으로 포미닛 공연 사진 3장을 보냈다. 그런데 남자친구가 답장을 해도 읽지 않아 혹시나 싶은 마음에 전화를 계속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씨와 같이 공연을 보러 나갔던 직장 동료 김아무개(27)씨도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왔다.

가족들이 말하는 강씨는 누구보다 기특한 딸이었다. 대학교 4년 내내 장학금을 거의 놓친 적이 없고, 졸업을 하자마자 취업을 했다. 외할머니와 엄마와 셋이 살던 강씨는 지난해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엄마도 지극히 보살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모 강씨는 “엄마가 우울해 할까봐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마다 엄마랑 나와서 산책을 하고 그랬다. 카카오스토리에 그런 사진을 자주 올렸다”고 했다. 강씨는 핸드폰 속에 학사모를 쓰고 밝게 웃고 있는 조카의 사진을 보다가 결국 목이 메였다. “이제 혼자 남은 엄마도 걱정이지. 이제 어떡하면 좋아. 어떡하면….”

18일 판교 사고 희생자 7명의 주검이 안치돼 있는 경기도 성남시 성남중앙병원에는 빈소가 아직 마련되지 않아 가족들은 2층 202호와 203호에 나누어 머물고 있었다. 이날 오전 장례식장 복도에는 지나가는 사람들 구두 소리 외에는 거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적막만 감돌았다. 가족들은 겨우 벽에 몸을 기대고 1시간이 넘도록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흘러내리는 눈물을 가끔 손등으로 훔칠 뿐이었다.

낮이 되자 지인들이 하나 둘씩 장례식장을 찾기 시작했다. 이날 낮 유가족 대기실에는 희생자 손아무개(30)씨의 대학교 친구들 6명이 찾았다. 친구들이 보자 어머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흐느꼈다. “공연만 보고 온다고 했는데, 엄마아빠보다 먼저 가면 어떡해. 얘야, 친구들이 왔어.”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커져갈수록 친구들은 점점 더 고개를 숙였다. 손씨의 대학 후배는 “교수님에게 연락을 받고 사고 소식을 알게 됐다. 판교 근처 회사에서 교육을 받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처럼 판교 사고 희생자들은 대부분 인근 기업에서 일하던 30~40대 직장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희생자 정아무개(39)씨의 이모 이씨는 “4남매 중 결혼 안 한 막내딸이 부모한테 효도한다고 얼마나 예쁜 짓을 많이 했는지 모른다. 어제는 전주에 있는 부모한테 출근길에 전화해서 홍삼을 보내줄까 물어봤다더라”고 말했다.

성남/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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