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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고객에게 ‘스마일’ 한 뒤 비상계단에서 쉰다

등록 2014-10-19 20:14수정 2014-10-19 22:42

백화점 여직원들의 하루

150명 일하는데 10평 휴식 공간
쪼그려 쉬는 등 ‘불편한 휴식’
이동 때 에스컬레이터 안 되고
굽있는 구두 신고 장시간 근무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 시내 한 백화점에서 직원들이 개점 준비를 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백화점 엘리베이터나 화장실에서는 백화점 직원들을 마주치는 일이 거의 없다. 왜일까?

지난해 11월부터 서울의 한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김아무개(21)씨는 업체 파견 직원이지만 입사 전 백화점에서 별도의 서비스 시험을 치렀다. 매장이 몇 층까지 있는지 유모차 시설은 어디에 있는지 등 ‘기본 문제’부터 고객 인사말도 따로 외웠다. 뜻밖의 내용도 있었다. 김씨는 “고객 통행을 방해하면 안 된다. 매장 밖을 다닐 때는 일렬로 다녀야 하고, 엘리베이터는 아예 타지 못한다”고 했다.

김씨는 휴게시간이 되면 고객 눈에 띄지 않는 비상계단에 앉아 쉬는 일이 많다. 오전 9시30분부터 11시간을 서서 일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휴게시간은 30분이 전부다. 김씨는 “휴게실이 있긴 하지만 사람이 많아 자리가 없다. 그런 날에는 비상계단에 가서 쉰다. 구두 굽이 낮아도 오래 서 있다보면 발이 앞으로 쏠려 너무 아프다”고 했다. 19일 서울의 한 백화점 본점 직원 휴게실을 둘러보니 환경은 열악했다. 백화점 층별로 평균 150명 정도가 일하지만 휴게공간은 33㎡ 남짓했다. 소파 14개가 다닥다닥 붙어 있어 다리 한번 뻗기도 불편했다. ‘불편한 휴식’을 마치고 휴게실을 나올 때도 ‘스마일 라인’ 앞에 서서 아무도 없는 곳을 향해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십시오’라고 말해야 한다.

한국여성민우회가 6~8월 백화점을 이용한 시민 1026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도 비슷했다. 에스컬레이터나 엘리베이터를 탄 백화점 노동자를 본 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1%(845명)는 ‘없다’고 답했다. 백화점 직원이 화장실 이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68.1%(817명)가 ‘없다’고 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154곳을 방문해 실태조사를 해 보니, 서울·경기지역 백화점 138곳(89.6%)은 매장 직원들이 서서 일하는데, 절반 가까운 80곳(53%)은 굽이 있는 구두를 신어야 했다. 경남지역 백화점 의류 매장에 일하는 김아무개(53)씨는 “6개월에 한 번씩 구두를 주는데 발에 안 맞아 너무 불편하다. 편한 신발로 바꿨으면 좋겠는데 의류 매장이라 그런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다”고 했다. 한 백화점의 화장품 매장 매니저인 조아무개(41)씨는 “백화점에서 매출 압박을 받다 보니 손님이 오면 밥을 먹다가도 올라가야 한다. 점심시간은 보통 30분 이내다. 그렇게 일해도 ‘실적 잔치’는 백화점 정규직 직원들에게만 돌아간다”고 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3일 서울 신촌의 한 백화점 앞에서 ‘존중이 오가는 백화점 만들기’ 캠페인을 연다. 쾌적한 휴식 공간 마련, 급할 때는 직원도 고객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요구안을 백화점 쪽에 전달할 예정이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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