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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환풍구 설계 20년전 것…하중규정 등 다시 따져야

등록 2014-10-20 22:13수정 2014-10-20 22:32

경기도 성남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로 동료를 잃은 직장인들이 20일 오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근처 사고가 난 곳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경기도 성남시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로 동료를 잃은 직장인들이 20일 오전 판교테크노밸리 야외공연장 근처 사고가 난 곳을 찾아 헌화하고 있다. 성남/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환풍구 더 높여야” 의견 이어
“육교에 적용하는 하중기준 적용해
더 튼튼하게 만들어야” 지적도

보행권과 조화 고려해
환풍구 유형별 안전기준 필요
‘판교 환풍구 붕괴 참사’ 이후 지하철이나 지하주차장 등의 환풍구 높이를 사람이 올라갈 수 없도록 지금보다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률적 해법보다는, 대도시의 경우 환풍구가 사실상 보도 구실을 해야 할 정도로 좁기 때문에 환풍구 유형별로 보행권과 조화를 이루는 안전기준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국토교통부는 20일 환풍구 안전기준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국토부 고시’를 거론하며 “바닥형 환기구는 사람이 통행할 만한 곳에는 1㎡당 300㎏, 차량이 통행할 만한 곳에는 1㎡당 500㎏을 기준으로 설계·시공하도록 돼 있다. 지하철 환기구는 형태와 관계없이 모두 1㎡당 500㎏을 기준으로 설계·시공돼 있다”고 밝혔다. 김상문 국토부 건축정책과장은 “판교 사고는 (환기구) 강도 자체보다는 사람들이 몰린 데 원인이 있으므로, 기둥형으로 높게 짓거나 위치를 조정하거나 조경, 안전울타리 등으로 환기구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이 서울시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대 500㎏까지 견딘다는 서울시내 지하철 환풍구 1777개의 설계 기준은 20년 전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의원은 이 기준이 “미국 교통부가 발행한 ‘지하철 환경 디자인 핸드북’을 기준으로 삼았으며, 이 핸드북은 법적 근거가 아닌 안내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하철 환풍구를 관리하는 서울메트로 등은 매달 두 차례씩 안전점검을 하고 있다고 하지만,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밟고 지나가며 하중이 가해지는 환풍구의 ‘피로한도’ 등을 살피는 안전기준은 없다.

그렇다고 환풍구를 무조건 높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도심 인도는 안 그래도 비좁기 때문이다. 인도에 설치되는 각종 시설물은 100여가지에 이른다. 이들 시설물은 서로 다른 20여개 기관에서 각자 관리한다. 전신주는 한국전력이, 환기구와 가로수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전화부스는 케이티(KT)가 관리하는 식이다. 오랜 시간 각 기관이 자기 시설물만을 우선 관리하는 ‘할거주의’가 지속되면서 인도에는 각종 시설물이 무질서하게 설치됐고 시민들 보행권도 위협받게 됐다. 서울시의 경우 보행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지하철 환풍구의 높이를 낮춰 보행로를 확보하겠다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전과 보행권의 조화를 위해서는 설계·시공 기준 강화와 함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문하고 있다. 설재훈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도가 좁아 환풍구 위를 사람이 다니는 길로 써야 한다면 환풍구 설계 때부터 육교에 적용하는 하중 기준을 쓰면 된다. 그 기준에 못 미치는 위험한 곳은 울타리를 설치해 못 들어가도록 하고, 굳이 사람이 다닐 필요가 없는 곳은 환풍구를 높여 올라가지 못하도록 하면 된다”고 했다.

크게 보면 환풍구 자체를 아주 튼튼하게 만들거나, 그것보다는 사람의 접근을 차단하는 장치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제안이 나오는 것이다. 김은희 도시연대 정책연구센터장은 “환풍구를 쌓아올려 설치할 만한 공간이 없다면 (일부 구간에서는) 인도가 아닌 차선을 줄이는 선택을 하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며,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근본적 대책을 주문했다.

이참에 각종 도로 시설물의 위험성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와 분석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전경구 대구대 교수(도시·지역계획학)는 “도시계획시설 각각의 위험성이나 사고 개연성에 대한 조사 분석 등 종합적 접근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여러 위험 상황을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기용 기자, 세종/김규원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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