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국제구호활동가 꿈꿨던 수경에게
사랑하는 내 딸 수경아.
잘 지내고 있니? 오늘이 우리 딸 생일인데 너무나 가슴이 아프네.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 케이크 사놓고 축하 파티하고 있을 텐데…. 우리 수경이가 너무 보고 싶고 그리워서 엄마는 오늘도 너의 사진을 보며 얘기를 한단다. 이제는 습관처럼 버릇이 돼 버린 것 같아.
울 딸 방이 아니면 잠들기가 너무 힘들어. 속 한 번 썩히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잘하던 우리 똑순이. 열심히 공부해서 국제구호활동가가 돼 봉사활동을 하며 살고 싶다던 내 딸. 자신보다 남을 먼저 생각했던 속 깊은 내 딸 수경아, 너무나 보고 싶다. 금방이라도 엄마하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은데, 이제는 널 만질 수도 없다는 현실이 아직은 믿어지지 않는구나.
사고 난 지 일주일 만에 울 딸이 이름 대신 가지고 온 번호 107. 사고가 나고 107일째 되는 날이었던 7월31일은 네 오빠의 생일이었지. 175일째 되던 날인 10월 7일에는 네가 수학여행 가면서 가져갔던 가방이 돌아왔단다. 진흙 냄새로 가득한 너의 가방을 부둥켜안고 한동안 목메어 울었단다. 수학여행을 간다고 들떠있던 너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올라서. 고이고이 접어둔 채 한 번도 펴보지 않았던 옷이며 양말이 진흙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더라. 너무나 보고 싶고 너무나 그리운 내 딸 수경아.
꿈속에서라도 널 다시 만날 수만 있다면 널 꼭 안아주고 만져주고 얘기하고 싶구나. 엄마, 아빠가 널 지켜주지 못해 너무 미안하다. 갖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너무너무 많았을 텐데 제대로 해 준 게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 가라앉는 배를 바라보며 가슴 치며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었던 게 없어서 너무너무 미안하다.
가끔은 엄마의 눈물이 하늘나라로 가는 너를 붙잡는 것 같다. 울지 않으려 해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어찌할 수가 없구나.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는 것조차도 너에게 미안하구나. 이곳에서의 아픈 기억 모두 훨훨 털어버리고 하늘나라에서 행복하게 지내려무나. 너무나 보고 싶고 그리운 내 딸 수경아, 17년 동안 엄마 딸로 살아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다음 생에도 엄마 딸로 와줄 거지? 사랑해.
김수경양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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