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법무부가 공개한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4인실 모습. 2014.10.26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S2등급’ 서울남부교도소, 친환경 기술 활용 ‘깔끔’
첨단 경비 시스템으로 수용자 자살·자해시도 감지
첨단 경비 시스템으로 수용자 자살·자해시도 감지
폐공장을 떠올리게 하는 잿빛 건물과 칙칙한 분위기의 교도소가 탈바꿈하고 있다. 24일 <한겨레>가 찾은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구청이나 주민센터 등 관공서와 다름없이 깔끔한 모습이었다.
2011년 9월에 준공된 서울남부교도소는 S2등급 교도소다. 수용자들은 S1~4로 분류된 뒤 등급별 교도소에 수용된다. S1등급에서 형기의 70%를 넘기면 가석방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죄질이 나쁘거나 재범 위험이 높으면 중경비급인 S4등급을 받는다. 2006년 아동을 성폭행한 조두순(62)씨는 S4등급을 받아 경북북부 제2교도소(옛 청송 제2교도소)에 수용돼 있다. 등급은 수감 태도에 따라 조정된다. S2등급은 경제사범 등과, 얌전하게 수감 생활을 하는 ‘모범수’들이 많다고 한다.
서울남부교도소는 옥상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구축해 전등을 켠다. 지하 150m 지열을 이용해 난방에 활용하고, 지붕으로 떨어지는 물을 모아 화장실 용수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갖췄다. 환경친화적인 기술이 교도소 건물에 쓰인 것이다.
병역 대체복무의 일환이던 경비교도대가 2008년부터 사실상 폐지되면서 첨단 경비시스템이 설치되고 있다. 30여개 모니터로 교도소 곳곳을 살펴보는 중앙통제실에서 탈옥 시도는 물론 수용자의 이상행동까지 감지할 수 있다.
교도소의 ‘최전선’인 높이 5~9m의 주벽은 회전형 폐회로카메라(CCTV) 16대가 감시한다. 주벽 안 감지 울타리에는 흔들림 감지 센서가 달려있다. 울타리에 움직임이 감지되면 중앙통제실 메인화면에서 해당 구역 상황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주벽과 울타리 사이에는 영상감지 장치 11대가 설치돼 누군가 그 사이를 지나가면 바로 중앙통제실에 알린다.
자살, 자해 우려자들에 대한 감시도 영상을 통해 이뤄진다. 거실(수용자들의 생활공간)에 설치된 영상감시장치는 수용자들이 주로 자살이나 자해를 시도를 하는 화장실이나 창틀 쪽으로 이동하면 중앙통제실에 알려 불의의 사고를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영상감시를 통한 인권침해 우려에 대해서 박광식 서울남부교도소장은 “교도소 내에서 폭행을 저지르거나 자살 우려가 높은 이들만 최소화해서 영상을 보고 있다. 현재는 수용자 4명이 영상감시 대상이다. 나머지 거실의 시시티브이는 모두 물리적으로 막아놓았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지난해 서울남부교도소에서 자살 시도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고 밝혔다.
1027명의 수용자들은 혼자 지내는 독거실은 4.61㎡, 정원 4~5명의 혼거실은 12.01㎡ 넓이로 모두 바닥난방이 된다. 옛 교도소들처럼 복도난방식으로 차가운 바닥에서 지내지는 않는다. 지난 6월부터는 교도소의 상징인 콩밥도 사라졌다. 콩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콩을 삶는 데 드는 연료비도 만만치 않다는 이유 때문이다. 24일 점심 식단은 쌀밥과 된장국에 과일 샐러드, 돈가스, 무김치 등 3찬이었다. 1끼를 만드는 돈은 1320원이지만 수용자들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인건비가 들지 않아, 모두 재료비로 쓸 수 있다.
교도소는 사회의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 수용자가 늘어나는 것에도 대비하고 있다. 서울남부교도소는 지난 4월 노인 수용자 전담 시범기관으로 선정돼 65살 이상 노인수용자 33명을 대상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쉬운 노인을 위해 한지공예 등 손작업이 필요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또 텃밭가꾸기 등 자연친화적인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현대화된 시설 덕에 전문적 직업교육도 원활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날 찾은 한식조리 교육장에서는 30여명의 수용자들이 하얀 주방장 복장을 입고 열심히 떡볶이를 만들었다. 한식 조리 교육은 가장 인기 있는 직업교육 중 하나다. 전국 교도소에서 교육 의지가 높은 30명을 선발해 서울남부교도소 직업교육장에서 6개월간 교육시키는 코스다. 서울남부교도소 관계자는 “한식조리사 자격증 합격률이 거의 100%에 달한다. 오히려 교육을 받으러 오는 경쟁을 뚫기가 더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울남부교도소에서는 건축도장, 컴퓨터응용선반, 광고디자인, 플라스틱창호 등의 기능사 교육도 진행되고 있다.
교정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수용자들의 불만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1963년 9월3일 지어져 가장 시설이 낙후한 안양교도소와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 2010년부터 올해 9월까지 수용자가 처우 문제 등으로 국가인권휘원회에 진정한 건수는 안양교도소가 705건, 서울남부교도소가 167건이었다. 지난해 교도소에서 문제를 일으켜 징벌을 받은 사례도 안양교도소 516건, 서울남부교도소 86건이었다. 안양교도소는 수용자 경비등급이 에스S3에 수용인원이 1800명, 서울남부교도소는 S2 등급에 1027명인 점을 고려해도 그 차이가 상당하다.
법무부 관계자는 “시설이 현대화될수록 교화 프로그램 운영이나 수용자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쉬운 측면이 있다. 이같은 차이가 재범률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교정시설 개선에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거창구치소 신설, 안양교도소 재건축 등 교정시설 개선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지난 24일 법무부가 공개한 서울시 구로구 천왕동 서울남부교도소 재소자를 위한 점심 2014.10.26 (서울 사진공동취재단=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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