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대학병원 1년차 레지던트이던 2010년 ㄴ씨와 결혼했다. 신혼 때 처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경제적으로 힘든 본가에 월급 일부를 부치고 나면 생활이 빠듯했다. 처가는 신혼집과 고급 외제차, 휴대전화, 대학원 등록금 등을 대줬다. 부부는 시댁에 돈을 부치는 문제, 아내의 성형수술 등으로 자주 다퉜다.
결혼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남편은 같은 병원 간호사와 바람을 피웠다. 이를 알아챈 아내는 ‘상대 여자 나이가 27살이니 자해를 하고 27바늘을 꿰매면 용서해주겠다’고 했다. 남편은 병원 조교수에게 부탁해 왼쪽 팔뚝에 상처를 내고 27바늘을 꿰맸다. 그래도 아내는 분이 풀리지 않았다. 남편 성기를 발로 차거나 망치로 27대를 때려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혔다. 남편은 외제차 값을 갚는 명목 등으로 아내에게 8500만원을 줬다.
그러다 1년10개월 만에 부부는 이혼에 합의했다. ㄱ씨가 입대 전까지 1년 반 동안 매달 600만원, 공중보건의를 하는 3년3개월간 매달 300만원, 제대 뒤 15년 동안 매달 700만원씩 부인에게 위자료로 주기로 했다. ㄱ씨는 이를 지키지 못하고 13개월 동안 5300만원만 줬다. 이에 ㄴ씨는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잔혹한 남편 폭행이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6부(재판장 이정호)는 ㄴ씨가 ㄱ씨를 상대로 낸 약정금 소송에서 “청구금액 13억1890만원 가운데 1억6231만여원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위자료 합의 당시 ㄱ씨는 자해 요구를 받고 성기를 폭행당해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ㄱ씨의 잘못을 감안해도 위자료 액수가 너무 많아 공정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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