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 백용하)는 김우중(78) 전 대우그룹 회장의 차명 재산이란 의혹을 받고 있는 골프장 에이원컨트리클럽 주식이 김 전 회장 일가 쪽 업체로 넘어갔다는 첩보를 입수해 내사중이라고 27일 밝혔다. 17조9253억원에 이르는 김 전 회장의 추징금 징수에 탄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검찰 설명을 종합하면, 2010년 경남 양산 에이원컨트리클럽의 지분은 김 전 회장의 부인 정희자씨 등이 최대주주(82.4%)인 ㈜아도니스가 49%를 보유하고 있었다. 나머지 49%는 베스트리드리미티드, 2%(2000주)는 김 전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대표이면서 대검 중앙수사부장 출신인 ㅎ씨가 소유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2008년 베스트리드리미티드가 김 전 회장이 회삿돈을 빼돌려 세운 차명 회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식 776만주(90.4%)를 압류했다. 2010년부터 이 회사 주식의 공매 절차가 진행돼 2012년에 우양산업개발에 낙찰됐다.
ㅎ씨는 베스트리드리미티드 주식 공매가 진행되던 2010년 12월 아도니스에 에이원컨트리클럽 지분 2%를 8억6000만원에 넘겼다. 이 거래로 아도니스는 이 골프장 최대주주(51%)가 됐다. 골프장 지분 49%를 가진 베스트리드리미티드가 제3자에게 팔려도 아도니스의 골프장 경영권 유지가 가능한 소유 구조가 마련된 것이다.
검찰은 ㅎ씨가 보유했던 주식 2000주가 실제로는 김 전 회장 것이고, 골프장 경영권이 제3자에게 넘어갈 것을 우려해 주식을 아도니스 쪽에 넘긴 게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사 초기 단계로, 혐의가 있는지 검토한 뒤 본격 수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대학 특강을 하면서 대우그룹 해체를 불러온 김대중 정부의 구조조정을 비판하는 등 재기를 노리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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