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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차마 모른체할 수 없어서…길거리 교수가 됐다”

등록 2014-10-29 22:21

29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 정문 앞에서 학교 비리를 폭로했다 해직된 이상훈 교수가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홍용덕 기자
29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 정문 앞에서 학교 비리를 폭로했다 해직된 이상훈 교수가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 홍용덕 기자
‘수원대 비리 폭로’ 해직교수
학교 정상화 위해 길거리서 특강
“학생·교수 제대로 대우받아야”
학생들 “덕분에 환경 좋아져” 응원
“제가 이 자리에 선 것은 단 두 글자, ‘차마…’ 때문이었습니다.”

29일 오후 4시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수원대 정문 앞에서 머리가 희끗한 노교수가 마이크를 잡았다. ‘수원대 정상화를 위한 길거리 특강’에 나선 이 대학 해직교수 이상훈(64·환경공학과)씨다.

“1990년 수원대 교수가 되어 24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고, 내년이면 65살 정년입니다. 학교 비리 문제를 제기한다니 친구와 가족들이 모두 말렸죠. 정년을 앞두고 무슨 짓이냐고….” 이 교수는 “학생들은 열악한 환경에 고통당하고 계약직 교수들은 사실상의 노예 계약서에 묶여 고통당하는 것을 ‘차마’ 모른 체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학기초 학교 게시판에서 정보미디어학과와 건축공학과 학생들이 ‘제도실이 낡고 실험 소프트웨어가 없어 개강을 하고도 수업을 제대로 못 한다’고 하소연했어요. 적립금 4300억원을 쌓아둔 학교에서 이게 무슨 일인가 했죠. 매년 계약서를 쓰는 교수들은 연봉 3천만원에 학교 눈치를 봐야 하고, 10년이 지나도 연봉 4천만원에 불과한 100여명의 계약직 동료 교수들의 고통에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1년 뒤 퇴직해 연금 받으며 편하게 노후를 보낼 텐데”라는 생각이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아 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을 촉구하고 학교 비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결과는 가혹했다. 학교 비리 의혹은 교육부 감사에서 사실로 밝혀졌지만, 이 교수는 지난 1월 해직됐다. 학교로부터 학교와 총장 명예훼손 등 7가지 송사에 휘말렸다. 그를 비롯해 교수 4명이 해임됐고, 2명은 재임용에서 탈락해 거리로 내몰렸다.

길거리 특강이 시작 때 10여명이던 학생들은 점차 50여명으로 늘었다. “등록금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고, 계약직 동료 교수들이 제대로 대우받는 수원대 정상화만 된다면 고생은 견딜 수 있다”는 이 교수의 안경 너머에 눈물이 비쳤고, 학생들은 박수로 응원했다. 학생 김철수(24)씨는 “해직 교수님들 덕분에 장학금도 2배로 늘고 실험실습실도 많이 좋아졌는데, 힘이 되어 드리지 못해 죄송할 뿐”이라고 말했다. 수원대 교수 100여명은 변호사 비용으로 1억5천만원을 기부하며 길거리 교수들을 응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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