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포항·강릉지원에… ‘유서대필사건’ 당시 유서 감정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을 재조사 중인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위원장 이종수)가 고 김기설씨가 군대 시절에 쓴 필적을 새로 입수해 필적 대조 등을 위해 검찰에 유서 원본과 수사기록 등을 달라고 요청한 데 대해 검찰은 넘겨줄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2일 “검찰 수사로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이기 때문에 수사 당사자인 검찰이나 경찰이 재조사하는 것은 부적절하며, 경찰청 과거사위에 수사기록을 낼 계획이 없다”고 이전의 견해를 다시 확인했다. 검찰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오는 12월 시행되고, 과거사정리위원회에서 수사기록 제출을 요청하면 응하겠다는 태도다.
이에 대해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의 박래군 집행위원은 “유서대필 사건은 검찰이 스스로 나서 진상을 밝혀야 할 사안”이라며 “경찰이 하겠다는 것까지 검찰이 가로막고 있어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검찰은 지난 6월에도 경찰청 과거사위의 유서대필 사건 수사·공판기록 열람·등사 신청을 각하한 바 있다.
한편,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최용규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날 “고 김기설씨 유서의 필적이 강기훈씨의 것이라고 감정한 김형영 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이 8월 의정부지법에서 허위감정 혐의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도 현재 대구지법 경주지원과 포항지원, 춘천지법 강릉지원 등 세 곳에 문서감정사로 등재돼 있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김씨는 범죄 전력 때문에 법원의 문서 검증을 많이 맡지 못하게 되자 다른 문서감정사를 대신해 감정을 해주고, 그 감정사의 도장을 찍은 감정서를 재판부에 냈지만 법원은 이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토지사기단한테서 2600만원을 받고 거짓 토지매도증서에 대한 허위감정서를 재판부에 낸 혐의로 5월 기소돼, 8월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황상철 강희철 기자 roseb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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