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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국회서 진상규명 외치다 하늘에 뜬 별을 보니 우리 아이들 같구나

등록 2014-10-30 20:16수정 2014-10-31 20:18

그림 박재동 화백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모델이 되겠다던 순범에게 엄마가

아들, 뭐하며 지내? 오늘은 비가 많이 오네. 하늘에 있는 너희도 슬퍼서 울고 있는 거겠지. 엄마는 국회에서 노숙을 하고 거리행진을 하며, 진실을 규명해달라고 외치고 있어. 너희를 잃게 된 이유와 진실을 알아야겠다고, 잊지 말아달라고 외치고 있어. 그런데 엄마, 아빠들의 힘이 부족하네. 세상이 야속하다. 이러다가 진상 규명을 제대로 못하는 게 아닐까 싶어. 나중에 아들을 만나게 되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아들이 친구, 선생님들과 함께 힘을 합쳐서 도와주면 안 될까? 너희는 천사잖아.

사는 게 정말 고통스러워. 하루하루 답답하고 이 나라가 싫어져. 아들 없는 세상을 살기가 힘드네. 아들을 보고 싶은데 못 보는 이 마음 누가 알까? 아들이 눈앞에 안 보이니 답답하다. 아들이 정말 보고 싶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알겠지? 잘해주지는 못했지만 너를 사랑했단다. 맛있는 거 많이 못 사줘서 미안해.

오늘 밤은 가슴이 답답해. 오늘 하루 참 힘들었는데, 잠은 오지 않네. 국회 앞에서 하늘을 쳐다보니 별이 반짝인다. 마치 우리 아이들 같아. 아들아, 넌 나를 보고 있겠지? 나는 우리 순범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아. 세상 어떤 것보다 소중한 아들, 항상 엄마 옆에 있어줄 거지? 아들아, 사랑한다. 하늘, 땅만큼.


권순범군은

안산 단원고 2학년 6반 권순범(17)군은 엄마와 생일이 같다. 그래서 매년 12월20일이 되면 엄마와 함께 생일파티를 했다. 케이크에 불을 붙이고 서로 생일을 축하해줬다. 엄마는 생일 선물로 순범이에게 현금을, 순범이는 엄마에게 양말 등을 줬다.

순범이는 ‘몸짱’이었다. 키 182㎝에 조금 마른 편이었다. 모델이 되겠다며 열심히 운동을 해서 근육을 만들었다. 어린 시절 누군가로부터 “순범이는 모델 하면 좋겠네!”라는 말을 듣고 그런 꿈이 생겼다고 한다. 운동도 잘했다.

막내아들 순범이는 두 누나와 함께 커서 그런지 좀 여성적이고 섬세했다고 한다. 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오는 엄마를 위해 청소와 빨래를 하고, 밥을 해놓고 기다리기도 했다.

순범이는 어버이날을 사흘 앞둔 5월5일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261번째로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자주 입어서 엄마가 기억하고 있던 기린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나와, 엄마는 순범이를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엄마는 지난 8월부터 서울 청운동 주민센터 들머리에 마련돼 있는 농성장을 지키며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순범이는 지금 안산 하늘공원에 잠들어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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