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트리올 총영사관 ‘무급 인턴’ 채용공고
누리꾼들 “차라리 봉사자를 찾는다고 해라”
누리꾼들 “차라리 봉사자를 찾는다고 해라”
당신의 ‘열정 페이’는 얼마인가?
얼마 전 ‘열정 페이 계산법’(사진)이라는 짤방이 한 커뮤니티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열정 페이 계산법이란 일부 직종에서 사회적인 상식에 반하는 노동 착취를 정당화하기 위해 상사와 고용주들이 써먹는 글귀를 뜻한다. 당연히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당신은 원래 그림을 잘 그리니까, 공짜로 초상화를 그려 줘라.
당신은 어차피 공연을 하고 싶어 안달났으니까 공짜로 공연하라.
당신은 경력도 없으니까 경력도 쌓을 겸 내 밑에서 공짜로 엔지니어를 해라.”
‘열정 페이 계산법’에 근거해 주 몬트리올 총영사관이 측정한 젊은이의 열정 페이는 얼마일까?
지난 30일 주 몬트리올 총영사관 홈페이지(▶ 바로 가기 : 주몬트리올총영사관 겸 주국제민간항공기구대표부 )에는 인턴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영사관 홍보와 행정업무를 돕고 사회경험을 넓히려는 청년들에게 인턴십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지원 자격을 살펴봤다. 일단 영어와 프랑스어 구사가 우수한 지원자를 우대한다. 인턴 직원은 어떤 일을 하게 되는가 살펴보니 통·번역을 비롯해 문화 및 홍보 업무를 지원하고 각종 자료 수집 및 보고서 등을 작성한다.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셈이다. 그런데 급여는 ‘무급’이다. 그나마 교통비가 지원되는 걸 위안으로 삼아야할까. 이 소식은 커뮤니티 ‘오늘의 유머’의 한 누리꾼이 ‘국가가 생각하는 젊은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도 알려졌다. 이 글은 베스트 오브 베스트글로 올랐고 누리꾼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제는 사회초년생도 경력을 스펙으로 깔고가야하니 이렇게 갑질을 하네요. 나라도. ㅎㅎ” (까**), “인턴이라도 최저 임금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최저 임금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정부기관에서조차 최저임금 따윈 없다? 뭐 하자는 거지?” (콩**), “인턴쉽 ‘기회를 제공’하고자하오니, 이게 말이야 방구야. 지금 50~60대가 ‘내가 키워준다’ 라는 생각을 하지 ‘너를 고용한다’ 라는 생각을 잘 안합니다. 실제 경험담” (행운**), “무급이라고 하지말고 차라리 봉사자를 찾는다고 해.” (엔**) 등의 댓글이 공감을 얻고 있다.
외교부나 국회 등의 국가 기관이 인턴 경험이라는 스펙 제공을 이유로 청년 노동력을 착취한다는 비판은 오랫동안 지적됐지만, 현실은 여전하다. 취업준비생들은 이력서 한 줄을 더 채우기 위해 ‘무급 인턴’이라도 나서게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고용노동부의 청년인턴제도는 일자리를 찾는 청년층에게 공기업 또는 민간 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정부(노동부)가 임금 전액이나 일부를 부담한다. 그런데 일부 고용주들은 청년 인턴을 교육생으로 보는 까닭에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을 지키려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청년유니온 정준영 정책국장은 “인턴은 현실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므로 사용자는 교육생이라고 주장해도 최저임금은 보장돼야 한다”며 “대학생이나 구직자들이 경력이 필요해 인턴으로 일할 때 무급이라도 참고 일을 하게 되는 현실을 악용하는 기관이 없도록 법적·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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