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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황우석 사태나 세월호 참사나 ‘우리사회 치부’ 닮은꼴”

등록 2014-11-02 18:58수정 2015-01-15 14:22

[짬] 영화 ‘제보자’ 실제 주인공 한학수 피디
“언론과 정부와 학계가 카르텔을 맺고 서로 눈감아주던 관행이 곪을 대로 곪아 터진 것이 ‘황우석 사태’였습니다. 지난 4월 세월호 참사도 그런 카르텔이 지속되면서 일어난 겁니다.”

2005년 우리 사회를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던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조작 사태를 다룬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한학수 <문화방송>(MBC) 피디는 10년 전 ‘황우석 사태’와 지금의 ‘세월호 참사’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30일 본사에서 만난 그는 “‘비열한 언론인’ ‘술수에 능한 과학자’ ‘가면을 쓴 정치인’ 같은 보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를 남김없이 보여준 게 황우석 사태였다면, ‘기업의 탐욕’ ‘정부의 무능’ ‘공직자의 부패’ ‘윤리의 타락’이라는 우리의 현실을 드러낸 게 세월호 참사”라고 강조했다.

내년 줄기세포 파문 10년 맞아 재조명
‘도가니’처럼 공익제보자 보호 계기로
“류영준 박사 지켜주지 못해 먹먹”

“끝내 진실 보도하는 게 국익에 도움”
미국 출장 중 세번째 비제작부서 전출
“언론 현실 암울한 상황…참 힘들다”

그는 영화에 대해 “임순례 감독이 선악을 구별해 보여주기보다는 황우석 사태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여주려 한 것 같아 좋았다”며 “내년이면 10년을 맞는 황우석 사태를 두고 학술, 언론, 문화 분야에서 다시 조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그 첫 시도가 영화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한학수 <문화방송>(MBC) 피디.
영화 <제보자>의 실제 주인공인 한학수 <문화방송>(MBC) 피디.
실제와 영화가 닮은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그는 공통점에 대해 “영화에서 시사교양국 이성호 팀장(박원상)이 윤민철 피디(박해일)에게 ‘피츠버그로 가라. 지금 가서 취재원을 취재하라’고 말하는데, 실제로도 그랬다”고 기억했다. 반면 차이점은 “박해일이 사장 차를 붙잡으며 방송강령을 또랑또랑 외치는 장면이 나오는데, 솔직히 나는 방송강령을 그렇게 외우지 못한다”며 “진실 보도를 하고 싶은 의지를 영화에선 그렇게 표현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 영화가 재미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우리 사회에 의미를 남겨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공지영씨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도가니>가 성공하면서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 범죄의 처벌을 높인 ‘도가니법’이 제정됐습니다. 마찬가지로 이 영화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공익 제보자들이 정신적·물질적 피해를 입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호해주는 법과 장치가 마련됐으면 합니다.”

황우석 사태를 관통한 화두였던 진실과 국익 논란에 대해 한 피디는 “사실 진실과 국익은 서로 상충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실이냐 거짓이냐’ 또는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 사익을 추구하느냐’처럼 서로 카테고리가 다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언론인은 진실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선택이 그 조직, 그 사회, 더 나아가 그 국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 피디는 황우석 사태 취재 당시 가장 힘든 고비가 두 차례 있었다고 했다. “첫 번째는 <와이티엔>(YTN)이 진실 검증보다는 황 박사를 비호하는 데 급급해 ‘피디수첩이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청부 보도 했을 때였습니다. 곧바로 <동아일보>는 ‘황 교수 죽이러 여기 왔다’, <조선일보>는 ‘PD수첩 협박·함정 취재’, <중앙일보>는 ‘MBC 주장 맞는 것 하나도 없다’와 같은 제목을 1면 머리로 뽑으며 우리를 압박했어요. 하지만 보수언론이 자랑스럽게 내세운 내용은 며칠도 안 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요.”

두 번째는 제보자와 관련된 것이었다. “제보자인 ‘닥터 케이(K)’ 류영준 박사가 원자력병원에서 해고됐어요. 강요된 사직이었습니다. 황 박사 쪽에서 해고되기 한 달 전부터 ‘류영준이 제보자’라고 언론에 흘리는 상황에서 그를 익명으로 보호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끝내 제보자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황 박사의 논문 조작 사실을 ‘피디수첩’에서 방송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 것 같냐’는 질문에, 그는 “류 박사는 줄기세포의 임상실험을 막기 위해 또 다른 결단을 했을 것”이라며 “우리나라 언론이 못한다면 그는 미국 <뉴욕 타임스>에 제보했을 것이고, 만약 그랬다면 황우석 사태는 더 큰 문제가 됐을 것이고, 국제적인 망신으로 번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피디는 김재철 사장 시절 겪어야 했던 고초도 숨기지 않았다. “2011년 5월 문화방송 경인지사 수원총국의 비제작 부서로 발령이 났어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강제전보 취소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승소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 파업 뒤 회사는 강제 교육명령으로 100여명의 피디와 기자 등을 ‘신천교육대’로 불리는 문화방송아카데미로 보냈습니다. 그곳에서 브런치 만들기, 동양미술의 이해, 문학과 인생 같은 대학 1학년 교양 수준의 강좌를 들었어요. 내가 과연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는 언론인이 맞는가 하는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한 피디는 한국 언론의 암울한 상황을 우려했다. 그는 “현재 우리 언론의 현실은 녹록지 않고, 표현의 자유가 대단히 위축돼 있다”며 “황우석 사태를 취재할 때 큰 몫을 했던 최승호 피디가 지금 어디에 있는가를 생각해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인터뷰를 마치면서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장을 간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바로 다음날인 31일 문화방송 인사에서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다. 또다시 비제작 부서로 전보된 것이다. 그날 밤 전화를 걸어온 그는 “촬영을 마치고 돌아와 보니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다. 비제작 부서인 것은 확실한데 무엇을 하는 곳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경인지사와 신천교육대에 이어 세 번째다. 최근 3~4년은 참 힘들다”고 토로했다.

글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사진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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