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향대·서명대 등 사전 집회신고
필수물품 강제철거한 구청이 위법”
필수물품 강제철거한 구청이 위법”
노숙농성장 강제철거에 항의하다 구청 직원과 몸싸움을 벌인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법원은 신고된 집회 장소에서 마구잡이로 물품을 철거한 구청의 행위가 오히려 위법하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1단독 우인성 판사는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노숙농성장 철거를 방해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 재판에 넘겨진 문기주(5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정비지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해고자인 문씨는 서울 중구청이 지난해 4월 쌍용차 희생자 추모와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는 분향소와 천막을 철거하자 같은 자리에서 노숙농성을 했다. 두달 뒤 중구청이 공무원 60여명을 동원해 농성장마저 철거하려 하자 구청 직원과 몸싸움을 벌인 혐의로 기소됐다. 중구청은 ‘불법 노상 적치물’을 정비한다며 농성 물품인 방송장비, 비닐가림막, 깔판, 분향대, 서명대, 발전기, 기름통, 침낭 등을 행정대집행(철거) 대상으로 삼았다.
우 판사는 “방송장비, 분향대, 서명대 등은 사전에 집회 신고된 물건들이고, 사망한 해고노동자들에 대한 애도·추모의 의사를 대외적으로 표시하는 집회에서 필요불가결한 것들로서 타인이나 공공질서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위험을 초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일부가 철거 대상이라 해도 필요불가결한 물건까지 전부를 철거 대상으로 삼은 것은 집회를 사실상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우 판사는 “집회·시위는 자신의 의견과 주장을 집단적으로 표명해 여론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민주적 공동체를 기능하도록 하는 불가결한 근본 요소”라고 덧붙였다.
우 판사는 문씨가 지난해 11월 전국노동자대회에 참가해 서울 을지로에서 차로를 점거하고 행진한 혐의(일반교통방해)도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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