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신해철씨의 발인이 3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가수 신해철씨의 심낭(심장을 둘러싼 두 개의 막으로 이뤄진 주머니)에서 0.3㎝ 크기의 천공(구멍)이 발견됐으며, 사인으로 보이는 이것이 수술 과정에서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3일 밝혔다. 경찰 수사의 초점이 병원의 과실 쪽에 맞춰지고 있다.
최영식 서울과학수사연구소장은 이날 4시간에 걸친 신씨의 부검 결과에 대한 1차 브리핑에서 “천공의 원인은 주로 외상·질병 등이 흔하지만, 신씨의 경우 수술 부위와 인접돼 발생했고, 심낭 내에서 깨와 같은 음식 이물질이 발견됐다”며 “의인성(의료 행위 중 발생하는) 손상 가능성이 우선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최 소장은 “법의학적 사인은 복막염 및 심낭염, 이에 합병된 패혈증으로 우선 판단하고 있다”, “사망을 유발한 천공은 복강 내 유착을 완화하기 위한 수술 당시나 이와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씨는 지난달 17일 서울 ㅅ병원에서 장 협착 수술을 받고 닷새 뒤 입원한 상태에서 심정지로 쓰러졌고, 27일 숨졌다. 1차 부검 결과는 수술 과정에서 심낭에 구멍이 생겼고, 여기로 음식 등 이물질이 들어가면서 고름이 생기는 심낭염이 사인이 됐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국과수는 또 위에서 밴드 수술(위 축소 수술)을 한 흔적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ㅅ병원 쪽은 일부 언론 인터뷰에서 “장 협착으로 인해 위 주변 유착도 발생한 상황이어서 박리된 위벽을 봉합한 정도로, 위를 접어 축소 수술을 한 것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어, 거짓 해명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최 소장은 신씨가 긴급 이송됐던 서울아산병원 의료기록에 소장에서 1㎝ 크기의 천공이 발견됐다고 돼 있는 점에 대해서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이미 수술이 이뤄져 소장 일부가 절제된 후 봉합된 상태여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소장 적출물을 넘겨받아 검사하겠지만, 이 역시 의인성 손상 가능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번 결과는 1차 부검 소견으로, 추후 병리학적 검사와 시티(CT) 소견을 종합해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씨 유족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고소당한 ㅅ병원 쪽은 “의료사고는 없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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