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치 피해자들과 민주인권평화재단 회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긴급조치 변호단은 4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달 30일 긴급조치 피해자 국가배상과 관련해 ‘유신 시절 긴급조치를 적용한 수사·재판은 그 자체로는 불법행위가 아니어서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한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유신정권 시절 박정희 대통령을 비판했다가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이들이, 긴급조치를 근거로 수사·재판을 한 것 자체는 불법행위가 아니라는 내용의 최근 대법원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긴급조치 9호 피해자들의 모임인 민주인권평화재단 준비위원회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긴급조치 변호단은 4일 오전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가 지난달 27일 “긴급조치를 적용한 수사·재판은 그 자체로 불법행위가 아니다”라고 한 판결에 대해 “건전한 법상식을 뒤집는 판결이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 결정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들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례를 변경하려면 전원합의체를 통해야 하는데, 소부 판결을 통해 사실상 판례 변경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꼼수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혼인빙자간음죄와 같이 가치관의 변화에 따라 사후적으로 위헌이 선언되는 법규범과 달리, 긴급조치 9호는 제정 시점부터 위헌·무효인 법이므로 입법행위나 발령행위 그 자체에 대해 불법행위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 올바른 법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어떤 법관들은 ‘선배 법관들의 지난날의 잘못을 대신 사과한다’는 말로 우리 자신도 숙연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진정성을 담은 후배 법관들의 뒤통수를 느닷없이 후려갈긴 셈”이라고 했다. 이어 “공무원인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긴급조치 발령행위 자체의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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