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교도소 등에 반복적으로 청구
2심 “공기관 괴롭힐 목적” 1심 뒤집어
2심 “공기관 괴롭힐 목적” 1심 뒤집어
한 수형자가 전국 55개 검찰청·경찰서·교도소에 반복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는 정작 공개된 자료는 찾아가지 않았다. 그의 정보공개 청구는 ‘공공기관 괴롭히기’일까, ‘정당한 권리 행사’일까?
대전교도소에서 복역중인 문아무개(45)씨는 2007년부터 약 7년간 혼자 155건의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냈다. 같은 기간 전국 법원에 접수된 정보공개 소송의 11.8%에 이른다. 문씨는 2012년 4월 필로폰 밀수죄로 징역 3년6월 형이 확정된 뒤 교도소에 있는 동안에도 서울중앙지검 등 37개 검찰청·경찰서, 강릉교도소 등 18개 교정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 청구를 계속했다. 청구한 자료는 비슷했다. ‘일정기간 각 기관에 접수된 모든 정보공개 청구 중 공개 또는 부분공개 결정된 결정통지서’를 공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문씨는 이렇듯 ‘열심히’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얻으려고 한 정보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자료를 받을 때의 수수료 산정 기준’이라고 밝혔다.
문씨는 여러 기관에서 개인정보를 뺀 나머지를 공개하라는 결정을 받아냈지만, 수수료를 내지 않고 자료도 받아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비공개 결정을 한 기관들을 상대로 소송을 내고 법정에 자주 드나들었다. 2011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정보공개 소송을 하느라 법정에 출석한 횟수가 47차례다. 이때 들어간 차량 이용비 등이 275만여원인데, 이 가운데 163만여원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문씨가 서울동부지검을 상대로 낸 행정소송에서 ‘공공기관을 괴롭힐 목적’이 있는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문준필)는 지난 4월 “공공기관 등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문씨는 경제적인 이유로 수수료를 납부하지 않아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그의 정보공개 청구를 권리남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1부(재판장 곽종훈)는 이 소송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문씨는 계속 시점만 다르게 해서 전국 검찰청 등을 상대로 같은 내용의 정보공개를 청구하고 있고, 상당수 사건에 대해 공개 결정이 었었지만 수수료를 내지 않고 해당 정보를 받지 않았다. 공공기관을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를 청구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전진한 소장은 “교도소 수용자들이 정보공개 청구를 과하게 하는 면이 있고, 이들에게 전화통화로 청구 목적 등을 물어볼 수도 없어 정보공개 담당자들이 힘들어한다. 그래도 괴롭히기 목적이라고 재단하는 것은 과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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