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재심’ 지시 불응 검사 2심 승소
과거사 재심 사건에서 ‘백지 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검사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백지 구형은 그 자체로 적법하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민중기)는 6일 임은정(40·사법연수원 30기) 창원지검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심처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공익의 대표자로서 공소사실에 관해 그 죄에 상응하는 형에 관한 의견을 진술할 법적 의무와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백지 구형은 법원의 판단에 전적으로 맡기고 검사로서 의견을 진술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에서 정한 적법한 의견 진술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형사소송법의 “검사는 사실과 법률적용에 관하여 의견을 진술하여야 한다”는 조항에도 불구하고 백지 구형을 하는 것은 부적법하고, 임 검사의 지휘권자가 오히려 법 취지에 맞지 않는 지시를 했다고 판단한 셈이다.
다만 임 검사가 무죄를 구형하고 오후 2시 이후 사무실로 복귀하지 않은 것은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지만 정직 4개월 처분은 과도하다고 판단했다.
임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 소속이던 2012년 12월, 반공임시특별법 위반죄로 1961년 징역 15년을 선고받은 윤길중 진보당 간사장의 유족이 청구한 재심에서 백지 구형 지시를 따르지 않고 무죄를 구형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상부에서 대신 선고법정으로 보낸 검사를 출입문을 잠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 법무부는 품위 손상 등을 이유로 지난해 2월 임 검사를 징계했다. 1심은 임 검사의 행위가 징계 대상은 맞지만 정직 4개월은 지나치다는 이유로 취소하라고 판결한 바 있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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