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진압 때 맞아 하반신 마비 최성국씨의 ‘찢겨진 나날들’
자살 기도·병원 재활 사투…취업 전선 냉대에 막일로 연명
자살 기도·병원 재활 사투…취업 전선 냉대에 막일로 연명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에서 일하다 2009년 해고된 최성국씨가 8일 저녁 용접공으로 일하고 있는 경기도 화성시의 한 공장 구석에 앉아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하루 10시간씩 용접일을 하고 있는 최씨는 다시 쌍용차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화성/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최성국씨가 8일 저녁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한 공장에서 용접을 하고 있다. 최씨는 이날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늘이 쑤시는 고통이 있어 서있기도 힘든 상황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일을 하면서 이 고통을 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성/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젠 정말 공장에 돌아가고 싶어요 다음날 파업은 끝났지만 그의 하반신은 마비됐다. ‘끔찍한 고통’의 시작이었다. 병원 치료 도중 2009년 10월7일 환자복 차림의 그는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됐다. 아내는 “치료라도 해주고 구속시키라”며 경찰서 앞에서 대성통곡했다. 평택구치소에 수감된 뒤 그는 기어서 화장실을 오갔고, 파키스탄 이주 노동자의 등에 업혀 운동시간에 햇볕을 쬘 수 있었다. 같은 해 12월4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풀려난 그는 병원을 찾아 전국을 다녔다. 그러나 공황장애 등을 이유로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것이 전부였다. 마비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더 심해지면 죽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어렵사리 마련한 13평 아파트도 병치레 비용으로 날렸고 아내는 생활전선에 나섰다. 훤칠한 키에 운동을 좋아해 몸이 다부졌던 최씨는 해고 이후 서서히 무너져내렸다. 새벽 병실을 순회하던 간호사에게 달려든 일도 있었다. “새벽에 공장에 들이닥친 경찰과 용역 깡패인 줄 알았지…”라고 했다. 며칠치 신경안정제를 모았다 한 번에 털어 먹고 병원 화장실에서 쓰러져 발견되기를 4~5차례. 뛰어내리려 병원 옥상에 올라간 적도 있었다. 결국 그는 치료를 포기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안방 벽에 기대어 있는데 아이들과 집사람 속옷에 구멍이 난 게 보였어요. 사줄 수도 없는데 정말 미치겠더라구요….” 그러던 2011년 2월, 동료들한테 연락이 왔다. “ㅇ형이 죽었어.” 한 살 위의 ㅇ씨와는 공장에서 야근을 끝내고 소주잔을 기울이던 사이였다. 말수는 적었으나 다감했던 ㅇ씨는 파업 뒤 아내가 자살하자 통장 잔고 4만원을 남긴 채 목숨을 끊었다.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최성국씨가 8일 밤 경기도 평택시 본인의 집에 도착해 잠들어있는 딸 최솔비양을 안아 침실에 눕히기 위해 방으로 들어가고 있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최성국씨의 아내 설경애씨가 8일 밤 경기도 평택시 집에서 바늘로 쑤시는 듯한 통증을 잊기 위해 술을 마시는 남편 최씨를 걱정하며 바라보고 있다. 설씨는 이날 "이제는 술도 만성이돼 남편의 고통을 잠재우지 못한다"고 말했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최성국씨가 9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집에서 피곤해 하며 딸 최솔비양 옆에 누워있다. 최씨는 전날 통증으로 밤을 지샜다. 평택/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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