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학술대회 준비중 강제추행
경찰, 수사뒤 검찰에 불구속 송치
교수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질 것”
경찰, 수사뒤 검찰에 불구속 송치
교수 “책임질 일 있으면 책임질 것”
저명 수학자인 서울대 교수가 인턴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 형사3부(부장 윤중기)는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면서 조직위원회에서 함께 일하던 인턴을 성추행한 혐의(형법의 강제 추행)로 서울대 ㄱ교수를 수사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관련 첩보를 입수해 수사한 뒤 최근 검찰에 사건을 불구속 송치했다.
검찰과 경찰의 말을 종합하면, ㄱ교수는 지난 7월28일 저녁 서울의 한 강변 유원지 벤치에서 자신의 업무를 돕던 인턴 학생에게 자신의 ‘무릎 위에 앉으라’고 말하며 가슴을 만진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학생은 당시 서울에서 8월에 열릴 예정이던 국제학술대회 조직위원회에 참여한 ㄱ교수의 업무를 돕고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날은 조직위원회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은 이튿날 ㄱ교수에게 “충격을 받아 힘들다”는 뜻을 전달한 뒤 인턴직을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ㄱ교수는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고 한다. 그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조직위원회에) 직원이 너무 적어 일에 과부하가 걸려 다들 정신이 없었다. 해당 학생이 여러 실수를 해서 혼을 냈더니 자신을 심하게 자책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그래서 (사건 당일) 다른 직원들과 함께 위로하는 차원의 회식을 했다”고 말했다. ㄱ교수는 “당시 집 방향이 같아서 술을 잘 못하는 나를 (인턴 학생이) 집 근처까지 바래다줬다. 1년 넘게 같이 일을 한 아끼던 학생이었다”며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고 했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학술대회 준비를 위해 2010년 조직위원회가 꾸려졌고, 인턴 직원은 추천과 공개채용을 통해 선발했다고 한다. 피해 학생은 서울대가 아닌 다른 대학 소속이다. 수사기관 관계자는 “이름 있는 서울대 교수여서 ‘갑을관계’에 있는 학생으로서는 교수의 말을 거절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ㄱ교수와 피해 학생을 한 차례씩 조사한 뒤 지난달 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3일 형사3부에 사건을 배당했다.
한편 지난달 29일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와 14개 대학원 총학생회가 전국 대학원생 2354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45.5%(1071명)가 교수한테서 언어·신체·성적 폭력이나 차별, 사적 노동, 저작권 편취 등 부당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가운데 432명은 불이익을 받을까 두려워 그냥 넘어갔다고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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