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담양교육청 지난 5일 주최
초등생 대회에서 심사 따로 진행
사회적 배려 학생의 신분 노출
입상률도 62% 대 10%로 큰 차이
“실력차 무시 들러리 세워” 비판
교육청 “운영 방식 바꾸겠다”
초등생 대회에서 심사 따로 진행
사회적 배려 학생의 신분 노출
입상률도 62% 대 10%로 큰 차이
“실력차 무시 들러리 세워” 비판
교육청 “운영 방식 바꾸겠다”
전남 담양교육청이 초등학생이 참가하는 영어로 말하기 대회를 열면서 사회적 배려자의 인권을 소홀하게 다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담양교육지원청은 지난 5일 청사 회의실에서 ‘꿈은 이루어진다, 세계로 큰 꿈을 펼치자’라는 주제로 영어로 말하기 대회를 열었다. 이 대회에는 군내 14개 초등학교에서 추천을 받은 6학년 학생 32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24명은 일반 학생이었고, 8명은 기초수급자·다문화가정·조손가정·한부모가정 등 사회적 배려 대상인 학생들이었다.
참가자들은 영어 교과서의 문장을 활용하는 능력(Flowing in English Text)과 자신의 꿈을 영어로 표현하는 발표 능력 등 두 부문에서 경쟁했다. 심사는 부문마다 원어민교사 등 3명씩이 100점 범위 안에서 점수를 준 뒤 이를 합산해 순위를 가리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일반 학생과 사회배려 대상 학생을 구분해 심사를 따로 진행하는 바람에 사회배려 대상 학생이 누구인지 드러나게 되었다. 입상자의 비율도 일반 학생은 24명 중 15명으로 62.5%를 기록했지만, 사회배려 대상 학생은 8명 중 1명으로 12.5%에 그쳐 차이가 심했다. 입상자한테는 내년 1월7~10일 3박4일 동안 중국 상하이로 국외연수를 가는 기회가 주어진다.
담양교육청은 지난 3월 입상자를 일반 학생은 16명 내외, 사회배려 대상 학생은 2명 내외로 뽑아 연수 특전을 주겠다고 공문을 통해 알렸으나, 대회 직전에 15명과 1명으로 각각 줄였다. 일부 교사들은 사회적 배려자가 노출되고, 입상 비율도 턱없이 낮은 데 대해 “인권침해 소지가 다분한 차별”이라고 항의했지만 대회는 그대로 진행됐다.
학부모 김아무개씨는 “애초 영어능력에 차이가 나는 학생들을 따로 참가시킨 취지가 뭐냐? 사회적 약자층을 배려하기는커녕 들러리로 내세워 생색만 내는 결과가 됐다. 교육당국의 인권의식이 이런 수준이라니 한심스럽다”고 일갈했다.
담양교육청 쪽은 “사회배려 대상 학생을 단 한명이라도 연수에 참여시키기 위해 일부러 구분했다. 입상 비율은 두 집단 간 실력 차이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며 “사회배려 대상 학생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부분은 놓쳤다. 앞으로 운영 방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담양교육청은 2011년부터 초등학생의 영어능력을 높이기 위한 특수시책으로 이 행사를 시작했고, 지난해엔 일반 학생 39명과 다문화가정 학생 2명한테 연수 기회를 주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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