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임병 7명이 각목으로 때렸다” 진술…이름도 구체적으로 밝혀
당시 가족들 구타 의혹 제기했으나 군 당국, 뇌출혈로 결론 내려
당시 가족들 구타 의혹 제기했으나 군 당국, 뇌출혈로 결론 내려
자대배치 19일만에 뇌출혈로 쓰러진 뒤 식물인간 상태에 있던 사병이 1년 7개월만에 깨어나 “선임병에 구타당했다”고 주장해 군이 수사에 나섰다.
최용한 육군 공보과장(대령)은 11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육군 15사단 구아무개 이병이 의식이 돌아오면서 의문을 제기하는 만큼 육군은 정부 유관기관 및 민간 수사시관 등과 공조해, 가족이 원하면 가족이 참여한 가운데 재수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이병은 부대 배치 19일만인 지난 2012년 2월18일 쓰러진 뒤 지난해 9월까지 1년 7개월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있었다. 구 이병은 최근 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자 “선임병 7명이 생활관에서 300m 떨어진 창고 뒤쪽 한적한 곳으로 불러내 각목으로 뒷머리를 때렸다”고 진술했다. 구 이병은 사고 당시 구타한 선임병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군 당국은 군의관 등의 소견에 따라 뇌동정맥 기형에 의한 뇌출혈로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결론내린 바 있다. 뇌동정맥 기형은 일종의 혈관 기형으로 선천적 발달 이상이다. 당시 헌병대 보고서도 구 이병이 사고 당일 오전 7시에 일어나 아침식사를 마치고 취사 지원을 나갔다가 생활관으로 복귀한 뒤, 오후 1시쯤 오락실에서 동료 병사와 함께 게임을 했으며, 그 후 별다른 징후가 없다가 구 이병이 갑자기 쓰러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당시 가족들은 뒤통수에 발견된 상처 흔적을 제시하며 구타 의혹을 제기했으나 군 당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 공보과장은 이에 대해 “목 뒤에 있는 상처는 구 이병이 입원하고 2주 이상 지난 뒤 부모가 발견하고 이것이 구타에 의한 상처가 아닌지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며 “당시 진료기록 등을 통해 사실관계 여부를 다시 확인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 과장은 당시 선임병들이 이미 전역한 것에 대해 “필요하면 민간 수사기관과도 협조해 재수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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