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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열차사고’ 스트레스…자살 시도해 의식불명, 어느 기관사의 안타까운 사연

등록 2014-11-11 20:41수정 2014-11-12 10:49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 한겨레 자료 사진
코레일이 운영하는 열차. 한겨레 자료 사진
불안·불면·초조증세 계속 됐지만
자격 박탈될라 정신과 진료 외면
결국 전문의 진단 없는게 발목 잡아
요양신청 거부 취소소송서 패소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기관사로 일하던 최아무개(47)씨는 2000년 7월 동료 전기원을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를 겪었다. 두 달 뒤에는 자살하려고 열차에 뛰어든 사람이 죽는 일도 벌어졌다.

스트레스를 받은 최씨는 종종 폭음을 했다. 2004년 한 병원에서 수면제를 처방받기도 했다. 철도안전법상 정신과 치료 전력이 있으면 기관사 자격이 박탈될 수 있기 때문에 정신과 진료는 엄두도 못 냈다. 2007년 1월에는 운행하던 화물열차가 탈선했다. 불안·불면·초조·긴장 증세가 계속 나타나 넉 달 뒤 한의원에서 약을 지었다. 어머니의 끈질긴 설득으로 이틀 뒤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자살을 시도했다. 이 일로 뇌손상을 입어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 최씨 가족은 근로복지공단에 요양 신청을 했지만 정신과 진단을 받은 적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다.

소송 과정에서 병원 두 곳은 의식불명 상태인 최씨를 직접 진단할 수 없어 가족들 얘기와 자료를 바탕으로 우울증이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이 의심된다고 진단했다. 진료기록을 감정한 의사도 마찬가지였다. 최씨 쪽은 정신과 전력이 없어도 우울증으로 인정된 사례가 있고, 탈선 사고 뒤 “검은 사람이 따라온다”고 말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인 점 등을 근거로 사망 사고 이후 정신질환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자살 시도 전 정신과 전문의 진단이 없는 게 결국 발목을 잡았다. 2009년 1심 재판부는 “2건의 사망 사고 이후 7년간 별다른 이상 없이 근무했고 정신과 진료를 받은 기록이 전혀 없는 점에 비춰보면 사망 사고로 인해 우울증이 발병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11년 항소심도 “자살 시도 당시 주민등록증을 폐기하면서 신병을 정리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우울증으로 인식능력이 현저히 저하된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지난달 30일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도 “원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최씨 사건을 맡은 노동법률원 새날의 권동희 노무사는 “최씨처럼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에 대해서는 정신과 진단서가 발급될 수 없다. 대신 의사들이 여러 자료와 증언을 토대로 진단한 것인데, 직접 진단이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 소견과 감정 결과까지 모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안타깝다. 철도기관사로서 정신과 진료를 받지 못한 사정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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