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서 무죄…국정원 직원은 집유
실행 옮긴 서초구청 국장만 실형
실행 옮긴 서초구청 국장만 실형
채동욱(55) 전 검찰총장의 ‘혼외 의심 아들’ 개인정보 유출에 관여한 인물들 가운데 서울 서초구청 국장에게만 실형이 선고됐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지휘한 채 전 총장의 뒤를 캐려고 청와대와 국정원이 전방위로 움직였지만, 실질적 처벌은 정보 유출 ‘실행자’ 한 사람만 받게 됐다. 검찰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났는데, 그 꼬리조차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 상황이 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심규홍)는 17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이제(54) 전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징역 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조 전 국장이 지난해 6월11일 오후 2시46~49분 김아무개(58) 구청 오케이민원센터 팀장에게 전화해 채아무개(12)군의 가족관계등록부를 조회하도록 지시하고 그 결과를 송주원(42) 국정원 정보관에게 전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조 전 국장이 채군의 정보 조회를 부탁한 인물이 조오영(55)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행정관이라는 거짓 진술을 했다고 판단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서울시 부시장으로 재임할 때 비서관으로 근무했던 조 전 국장이 국정원의 관여 사실을 숨기려고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범행을 부인하는 단계를 넘어 다른 사람을 관여자라고 주장하거나 음모론을 내세우고 책임을 전가해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정원 정보관인 송씨의 경우 채군 정보를 제공받기 전인 같은 달 7~11일 강남교육지원청에서 채군이 다니는 학교와 아버지 이름을 확인받은 점도 유죄가 인정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위법성과 비난 가능성이 무겁다”면서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했고, 채군 어머니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오영 전 행정관이 채군 개인정보 확인을 부탁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그가 수사 단계에서 자백했는데도 모호한 이유를 들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과 조 전 국장이 지난해 6월11일 문자메시지와 통화를 4~5차례 주고받고, 이틀 뒤 다시 문자메시지를 두 차례 주고받은 점을 인정하면서 “문자를 주고받았는데도 그 내용을 적극 해명하려고 노력하지 않아, 그런 점에서 공소사실이 충분히 증명됐다고도 볼 수 있다”고까지 했다. 그러면서도 재판부는 조 전 행정관의 진술이 “부자연스럽고, 일관되지 않고, 허위일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를 들어 무죄로 결론 냈다.
앞서 검찰은 청와대 김재춘(51) 교육비서관 등 민정·교육문화·고용복지 비서실 관계자들이 채 전 총장 뒷조사에 나선 사실을 밝혀내고도 “정당한 감찰 활동”이라는 이유로 기소하지 않았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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