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세 인터넷 납부 때 타인카드 가능한 점 악용
지방세 납부 방식의 허점을 이용한 신종 ‘카드깡’ 수법이 적발됐다. 부동산 취·등록 업무를 대행하는 법무사가 현금으로 받은 고객의 세금을 대부업자에게 넘겨주고, 대부업자는 30~40%에 이르는 이자를 붙여 신용불량자에게 빌려주는 방식이다. 납부해야 할 세금은 일시적으로 신용을 회복한 신용불량자의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대부업자 이아무개(42)씨는 인터넷으로 지방세를 낼 때 다른 사람 명의의 신용카드를 사용해도 되는 점을 악용했다. 이씨는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오피스텔에 무등록 대부업 사무실을 차려놓고 중국에서 사들인 신용정보를 이용해 ‘대출 상담’을 했다. 급전이 필요한 1500여명의 카드 연체금을 대출해준 뒤, 법무사한테서 받은 현금을 이들에게 높은 이자를 붙여 빌려줬다. 이씨는 연체됐던 카드의 신용한도가 되살아나면 이자와 함께 법무사가 납부해야 할 지방세를 신용불량자의 카드로 결제하는 수법을 썼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서울경찰청 경제범죄특별수사대는 18일 이씨와 중간브로커 등 3명을 대부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하고, 박아무개씨 등 법무사 3명과 대부업체 직원 등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씨 등은 ‘세금 카드깡’ 수법으로 지방세 200억원을 대납하고, 이자로 7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들은 물건을 재판매해 현금을 유통하는 기존 카드깡과 달리 세금을 물건처럼 이용한 신종 카드깡 수법을 썼다.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해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방세 납부 시스템에서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개선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서울·인천·부산시 등이 인터넷으로 세금을 낼 때 공인인증서 확인 등의 절차를 도입했다고 전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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