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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금방 나타날 것만 같아 교복은 태울 수 없었다…빈 공간이 너무 크구나

등록 2014-11-19 20:26

그림 박재동 화백
그림 박재동 화백
잊지 않겠습니다
백의천사 꿈꾸던 한솔에게

보고 싶은 딸 한솔이에게.

사랑하는 한솔이에게 펜을 드니 마음이 많이 아프구나. 딸아, 잘 지내고 있지? 엄마는 아직도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는구나. 금방이라도 네가 “엄마” 하고 나타날 것만 같아. 아마 아빠, 언니도 너를 많이 보고 싶어할 거야. 너무 힘이 드니까 내색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엄마가 우리 한솔이 많이 보고 싶은데 왜 찾아오질 않는 거니?

우리 딸 한솔아, 엄마는 무섭기만 하구나. 우리 한솔이의 기억이 자꾸만 잊힐까봐. 너를 그렇게 보내고도 숨을 쉬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나 자신의 모습이 너에게 미안하게 느껴지는구나. 너를 생각하면,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물속에서 추웠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같이 있어주지 못한 죄책감에 너무 나 자신에게 화가 난다. 정말 예쁘고 예쁜 우리 딸.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내 딸. 못해줘서 미안하다. 그곳에서 돈가스 먹고 싶어서 어떻게 사니? 그곳에서 친구들과 잘 지내고 있는 거지? 고양이 라온이도 네가 많이 보고 싶은가봐. 많이 조용해졌어.

우리 한솔이 꿈속에서라도 한번 보고 싶구나. 이게 엄마의 바람이야. 어디를 가든 어느 곳에 있든 한솔이의 빈 공간이 너무 커. 어떻게 채워나가야 할지, 어떻게 이겨내야 할지 무섭기만 하다. 우리 딸도 엄마가 보고 싶은 거지? 고생만 한 내 딸이 너무 불쌍해. 다음 세상엔 좋은 곳에서 태어나렴. 딸아 사랑해 ♡.


강한솔양은

“큰 대학병원 간호사가 돼서 돈 많이 벌어 집 사줄게.”

단원고 2학년 10반 강한솔(17)양은 엄마에게 늘 이렇게 말했다. 의사가 되고 싶긴 하지만 그럴 자신이 없다며, 대신 간호사가 되겠다고 했다. 활달해서 놀기도 잘 놀았지만, 공부도 전교에서 손꼽을 정도로 잘했다.

친구가 많은 한솔이의 집은 늘 친구들의 ‘아지트’였다. 중학교 친구와 고등학교 친구들을 수시로 불러들여 이것저것 음식을 해먹으며 놀았다. 엄마는 늘 집에 고기와 라면 등 먹을 게 떨어지지 않도록 채워놓았다. 한솔이는 직장에 다니는 엄마를 위해 꼭 집을 청소해 두곤 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대학생 언니와도 사이가 좋았다.

한솔이는 세월호 참사 6일 만인 4월21일 엄마의 품에 돌아왔다. 엄마는 49재 때 한솔이의 옷을 태웠다. 하지만 교복만큼은 태울 수가 없었다. 한솔이 방도 아직 그대로 남겨두고 있다. 한솔이가 2년 전부터 키웠던 고양이 ‘라온’이는 오늘도 한솔이 방에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김일우 김기성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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