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이 1990년대 초반 경기도 성남시 분당 새도시 조성 당시 공익시설인 병원을 짓겠다며 의료시설 터를 싸게 사들여놓고도, 병원 공사를 중단한 뒤 막대한 시세차익이 따르는 업무시설로 용도변경을 추진하다 21억원이 넘는 이행강제금을 물게 됐다.
<한겨레> 취재 결과, 성남시는 분당구 정자동 161번지 9936㎡ 터에 병원 건물을 짓다 만 두산건설에 대해 ‘불법 건축물을 수년 동안 방치했다’며 지난 9월29일 21억6872만7000원의 이행강제금을 물린 것으로 19일 확인됐다. 이행강제금이란 자치단체가 불법 건축물을 적발한 뒤 철거 등 시정명령에 따르도록 하기 위해 건축주에게 해마다 매기는 일종의 행정벌이다.
두산은 분당 새도시 개발 당시인 1991년 한국토지공사로부터 이 땅을 사들인 뒤 1994년 11월17일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로 병원 신축 허가를 받아 이듬해 9월 착공했다. 의료시설 부지는 공익시설로 분류돼 주변 시세보다 싼값에 공급됐는데, 두산은 ㎡당 73만여원(전체 72억5000여만원)을 주고 이 땅을 샀다. 그러나 두산은 ‘분당 지역에 병원시설이 과잉 공급됐다’는 이유 등을 들어 1997년 12월께 지하 2층 골조공사만 끝낸 채 공사를 중단했다. 성남시는 2010년 12월15일 ‘장기간 공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건축법 11조)로 병원 신축 허가 취소 및 원상복구 명령을 내렸다.
두산은 원상복구를 거부한 채 2011~2013년 해마다 1억800여만원~2억300여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내면서 이 땅의 용도를 업무시설로 바꿔줄 것을 성남시에 수차례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땅은 올해 1월 현재 공시지가가 ㎡당 693만6000원(전체 689억여원)까지 치솟아 매입 당시보다 10배 가까이 값이 올랐다. 두산 쪽 요구대로 용도변경이 끝나면 공시지가는 ㎡당 1200만원을 훌쩍 넘어가게 될 것이라는 게 부동산업계의 전망이다.
두산건설 쪽은 “애초부터 불법 건축물은 아니었고 사정변경으로 공사가 중단된 것이어서 이행강제금 부과는 부당하다”며 지난달 23일 행정심판을 경기도에 청구했다. 두산은 고위 임원을 지난달 성남시에 보내 이 땅의 용도변경을 다시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남/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