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펠리스의 휘황찬란한 불빛과 대조를 이루고 있는 무허가 주택촌. 한겨레 자료 사진
전북 정읍에 사는 6살 조아무개군은 논밭 인근의 비닐하우스에서 태어났다. 부모와 형, 누나 네 식구는 창고를 개조한 집에서 살다 붕괴 위험이 있어 2006년 비닐하우스로 옮겼다. 비닐하우스 역시 위험했다. 멧돼지들이 먹이를 찾아 내려오기도 했고, 들쥐와 파리, 모기 등 해충이 들끓었다. 엘피지 가스통을 난방과 음식 조리에 사용해 폭발 위험이 있었고, 수도가 없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살았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장아무개(15)군은 부모, 동생 3명과 월세 28만원짜리 반지하방에서 산다. 방을 가득 채운 짐 때문에 창문을 열지 못해 환기가 안되고, 곳곳에 곰팡이가 피었다. 주방에서는 물이 새고, 방바닥에는 해충이 기어다닌다.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세대별 주거빈곤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고주애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복지연구소 부장은 아동 주거빈곤 사례를 소개하며 “아동들의 주거빈곤 문제가 심각해 주거환경 개선이 절박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위원이 2010년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를 분석한 발제문을 보면, 비닐하우스·지하·옥탑 등에 사는 ‘주거빈곤’ 아동은 129만명(전체 아동의 11.9%)이다. 이 중 주택법이 정한 ‘최저 주거기준’에 미달하는 집에 사는 아동은 113만명(10.4%)이고, 지하·옥탑에 사는 아동은 13만3000여명(1.2%)에 이른다. 또 비닐하우스 같은 주택 이외의 ‘기타 거처’에서 사는 아동도 2만4000여명(0.2%)으로 집계됐다. 최 연구위원은 “많은 아이들이 춥고, 좁고, 비위생적인 열악한 주거환경 속에서 신체적·정신적 건강, 심지어 안전과 생명까지도 위협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아동 주거빈곤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많은 자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규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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