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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진보당 해산심판 마지막 공개변론…황교안 VS 이정희 재격돌

등록 2014-11-25 20:31수정 2014-11-26 09:25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맨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청구인과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 사건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열린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황교안 법무부장관(맨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오른쪽 둘째)가 청구인과 피청구인으로 출석해 개정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진보당은 대한민국 암적존재…수술 주저말아야”
“정치적 이견을 적대행위로 몰아…민주주의 위기”
“통합진보당은 대한민국을 내부 붕괴시키려는 암적 존재다. 정당해산이라는 수술을 더 이상 주저해서는 안 된다.”(황교안 법무부 장관)

“정치적 의견의 차이를 적대행위로 몰아붙이는 행위 자체가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

마지막까지 상대를 향해 날을 세웠다. 통합진보당 정당해산 심판 사건의 마지막 공개변론이 진행된 25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멀찌감치 마주보고 앉은 황교안 법무부 장관과 이정희 진보당 대표는 ‘암적 존재’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충돌했다. 지난 1월 같은 곳에서 초유의 공방을 벌인 지 10개월 만이다. 그사이 헌재 재판관들 앞에 놓인 서류는 크게 불어났다. A4 용지 약 17만쪽에 이르는 사건기록이 법대 앞에 산더미처럼 쌓였다. 원고인 법무부가 제출한 게 2907건, 피고인 진보당이 낸 게 908건이다. 18명의 참고인·증인 신문조서도 포함됐다. 300쪽 책자 기준으로 556권 분량이라고 한다.

황교안 법무-이정희 당대표
1월이어 10개월만에 재격돌
“주사파, 당 장악…북추종 본거지”
“의혹만 증폭…정치적 기본권 침해”
헌재 재판관들 설득 총력전 펼쳐

■ 법무부 ‘종북’ 공세에 진보당은 간절함 호소

이날 마지막 공개변론은 그동안 펼친 양쪽의 주장을 2시간 분량으로 간추려 재판관들을 설득하는 자리여서, 양쪽 모두 한 치의 물러섬 없이 공방을 주고받았다. 법무부는 자극적인 표현을 포탄 삼아 마지막 공격을 퍼부었고, 진보당은 이를 반박하면서도 재판관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전략으로 맞섰다.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장관은 “과거 주사파 지하조직에서 출발한 이들은 정당에 침투해 불법과 거짓으로 조직을 장악했고, 마침내 통합진보당을 북한 추종 세력의 본거지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작은 개미굴이 둑 전체를 무너뜨린다는 한자성어 ‘제궤의혈’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이정희 대표는 “정부는 진보당에 대한 온갖 의혹을 쏟아냈고 언론은 이를 증폭했다. 진보당 활동에 북한의 지령은 없었다. 추측과 의혹으로 청구된 해산심판으로 진보당은 매우 큰 피해를 봤다”고 했다. 이 대표는 서민 당원들의 소망을 담은 인터뷰 영상을 보여주며 “진보당이 해산되면 진보당을 통해 실현돼온 국민 각자의 정치적 기본권을 본질적으로 침해하게 된다”고 재판관들에게 호소했다.

대리인들은 때때로 목소리를 높이거나 울먹이며 열띤 주장을 펼쳤다. 헌재 바깥은 정문 앞 찬반 집회로 소란했지만, 심판정 안의 방청객들은 엄숙한 분위기를 지키며 이들의 주장을 지켜봤다.

■ 폭력적 방법에 의한 집권 노렸나?

헌법에 명시돼 있는 정당해산의 사유는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될 경우’다. 정부는 한마디로 ‘진보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폭력적 방법을 동원해 이를 달성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당 강령에 명시돼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김일성 주석이 주장한 ‘진보적 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한 것이고, 북한의 대남혁명전략과도 일치한다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쟁점과 입장차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쟁점과 입장차
진보당은 이 강령이 2011년 6월 정책당대회에서 ‘사회주의적 이상과 원칙 계승 발전’을 삭제하는 대신 삽입한 문구로, 오히려 사회주의 색채가 옅어졌다고 주장한다. 진보당 대리인인 김선수 변호사는 “진보적 민주주의의 모델로 삼은 것은 북한이 아니라 남미의 좌파 정권”이라고 반박했다. 재판관들이 진보당의 ‘진보적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이번 사건의 결론을 내리는 데 중요한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는 진보당이 폭력적 방법을 동원하려 했는지도 판단해야 한다. 현재 대법원에 계류돼 있는 이석기 의원의 내란음모·선동 사건을 두고 정부와 진보당은 서로 유리한 쪽으로 해석한다. 법무부는 지하혁명조직 ‘아르오’(RO)와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잔존 세력이 진보당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폭력혁명 노선을 추구했다고 주장한다. 진보당은 이 의원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아르오의 존재를 부정한 점을 근거로 혁명조직은 실체가 없으며, 당이 이 의원의 행위를 지지한 바 없다고 주장한다.

‘진보적 민주주의’ 강령 해석에다
이석기 재판 의미 등 팽팽한 공방
의원직 상실여부·선고 택일 ‘촉각’

■ 정당해산 되면 의원직 어떻게 되나?

법무부는 정당해산뿐 아니라 의원직 상실 심판도 함께 청구했기 때문에 진보당 의원들이 자리를 유지할지도 헌재 결정에 달려 있다. 정당의 생존이 절박한 진보당으로서는 우선 해산 결정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만약 해산 결정이 나왔을 때 국회라는 활동 공간을 잃어버리면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 것을 우려하고 있다. 헌재가 의원직 상실 청구를 받아들일 경우에 대비해 비례대표(이석기·김재연) 의원들의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으로 이들을 미리 출당시키는 수가 있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당의 정체성과 이념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면서 동시에 당을 버리는 것은 자기모순이 되기 때문이다.

정당법은 헌재가 당을 해산하면 동일하거나 비슷한 강령·기본정책으로 정당을 만들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노선이 비슷한 이들의 자발적 결사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헌재는 이날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선고 일정을 밝히지는 않았다. 박한철 헌재 소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올해 안에 선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해를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대법원도 이석기 의원 등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상고심 판결 날짜를 헌재의 선고 일정과 비슷하게 맞출 가능성이 있다.

이경미 이유주현 기자 kmlee@hani.co.kr ·사진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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