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공판 준비 기일’ 출석 혐의 부인…일본 취재진 50여명 몰려
일본 관방장관, 유감 표명…일부 방청객 “즉각 구속하라”
일본 관방장관, 유감 표명…일부 방청객 “즉각 구속하라”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27일 첫 ‘공판 준비 기일’에서 “비방 의도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가토 전 지국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이동근) 심리로 열린 준비기일에 출석해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상황을 일본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을 사명과 역할로 생각해왔다”며 “(문제가 된 칼럼은)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 한국 상황을 전달하기 위한 것이지, 비방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변호인은 “칼럼을 거짓이라 단정할 수 없고, 피고인이 거짓이라고 인식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독신인 대통령이 남녀관계가 있다고 보도한 것이 명예훼손에 해당하는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가토 전 지국장은 <조선일보> 칼럼을 보고 (박 대통령과 정윤회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함께 있었다는) 그 소문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출처 불명의 소식통을 근거로 박 대통령과 정씨를 비방할 마음으로 칼럼을 썼다”며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또 “당시 박 대통령은 청와대 경내에 있었고, 정씨는 청와대에 출입한 기록이 없으며, 박 대통령은 (정씨의 장인인) 최태민씨나 정씨와 긴밀한 남녀관계가 아닌 점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정윤회씨, 가토 전 지국장이 참고한 칼럼을 쓴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정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에 만났다는 역술인 이아무개씨를 증인으로 부를지는 나중에 정하기로 했다.
법정에는 일본 취재진만 50여명이 몰렸다. 일부 방청객은 “가토를 즉각 구속하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가토는 사과하라”고 외치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재판 뒤에도 이들은 가토 전 지국장이 탄 차에 계란을 던지며 거칠게 항의했다.
한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민주국가에서 가장 존중되어야 할 보도와 표현의 자유, 또 일-한 관계 관점에서 (이 사건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다. (이날 열린) 일-한 국장급 협의에서도 이 문제를 의제로 올려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가토 전 지국장이 법원에 들어서는 장면을 여러 차례 내보냈다. 산케이신문 인터넷판은 보수단체 인사들이 가토 전 지국장 차에 계란을 던지는 사진을 실으며 한국 쪽의 과잉 대응을 비난했다.
정환봉 기자, 도쿄/길윤형 특파원 bong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